中 '사안별 미중협력'에 경계심…"美 먼저 中압박 그만둬야"
기후변화 협상 계기 미중 인식차 확인…북핵 문제에도 험로 예고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기후변화 회담을 위한 존 케리 미 기후담당 특사의 중국 방문 활동은 현재 미중 갈등 국면에서 사안별 양국 협력에 대해 중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과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대항할 부분은 대항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기조라면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사안별 협력을 하기 앞서 전반적인 관계 개선이 필요하며, 그 열쇠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과 1일 각각 캐리 특사와 진행한 영상 대화는 이와 같은 중국의 입장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무대'로 보였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케리 특사와의 대화에서 기후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미중관계 전반에 대한 자국 입장을 길게 설파했다.
그는 "중미관계는 그동안 내정간섭과 중국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미국의 심각하게 잘못된 행동들로 인해 엄중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중국 측은 이런 행위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더욱 결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은 이어 "중미가 상호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의견차에 잘 대처하고, 서로 이익을 누리는 것이 양국 국민과 세계 각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며 미국을 향해 "중국의 정치 제도와 발전 방향을 존중하며,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대중 정책을 실행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왕 부장은 1일 케리 특사와의 대화에서 "중미 기후변화 협력은 양국 이익에 부합하고 전 인류에 복을 주는 것으로 광활한 발전 전망이 있다"고 전제했지만 "중미기후변화 협력은 중미관계의 큰 환경과 무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상황을 거론한 뒤 "공은 미국 쪽에 있다"며 "미국은 중국을 위협이자 적수로 보기를 멈추고 전세계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억압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3일자 사설도 비슷한 톤이었다.
사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모든 영역에 걸쳐 압박을 한 뒤에 기후문제에서 갑자기 얼굴을 바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중국에 협력을 요청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이 약속한 것 이상의 새로운 양보로 미국의 '리더십'에 협조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중국 민간에서 흔히 쓰는 말로 하자면, 대체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라고 부연했다.
사설은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과 함께 하려고 하는 어떤 영역에서의 협력에서든 그들이 자신들 이익을 촉진하는 것은 전체 중미관계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 전체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에서 양대 강대국인 미중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미국이 먼저 대 중국 압박을 멈춰야 한다는 중국의 기본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쏟아온 외교·군사 역량을 아프간 철군 이후 중국과의 최대 경쟁무대인 아시아에 투사할 것임을 시사하는 등 중국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미중의 이 같은 인식 차이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된 아프간 문제와, 북핵 문제 해결에도 험로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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