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우방은…카타르·터키 '중재자' 부상(종합)
중·러, 미국 사라진 아프간서 세력 확장 노려
UAE도 관리 탑승한 구호 항공기 카불로 보내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김경희 기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출범이 임박하며 이들과 서방의 창구를 담당해 온 카타르와 터키의 중재자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2001년 아프간전 발발 이전 1994년부터 아프간을 통치하며 엄격한 이슬람 율법통치로 악명을 떨친 탈레반은 재점령 이후 공식 정부로서 인정받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유화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주의 테러단체의 거점이자 배양지로서 향후 아프간의 역할을 놓고 미국을 포함한 유럽국가들은 우려를 넘어 확신을 갖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서방국과 외교적 접촉 창구를 담당한 카타르가 앞으로도 이 역할을 유지하며 당장 아프간 잔류자 탈출에 절대적인 카불 공항 재가동을 포함해 현안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선진국에서는 탈레반 정부 인정과 별개 문제로 당면한 대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과 대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 디나 에스판디아리 선임자문관은 2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도 카타르의 개입 없이 대피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며 "탈레반의 출현으로 카타르는 서방국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무슬림국가인 터키 역시 현재 탈레반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국가다.
BBC는 터키가 탈레반과 연계된 민병대와 긴밀한 정보선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아프간 접경국인 파키스탄과 터키가 우방이라는 점에서도 접근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미국의 철군 종료 이후 카불 공항 운영 등을 놓고 터키 측과 물밑 대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이 대화에서 단순히 카불 공항 문제뿐 아니라 복합적인 현안이 함께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중동 국가 아랍에미리트(UAE)도 탈레반과 접촉에 나섰다.
스푸트니크통신은 3일 UAE 관리들이 탄 항공기가 카불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 아미르 칸 무타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UAE에서 오는 첫 비행기가 곧 도착 예정이라며 "UAE 관리들은 탈레반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UAE 국영 WAM통신은 UAE가 긴급 의료 용품과 식품을 실은 비행기를 아프간에 보냈다며 이는 형제같은 아프간 국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철수 이후 중앙아시아 패권을 노리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전략적으로 탈레반과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에도 주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을 유지하며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고, 탈레반 역시 이를 반기는 상황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의 핵심 파트너"라며 "고대 실크로드를 되살릴 수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슬람교를 믿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경우 아프간 내전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일찌감치 밝히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철수 이후에도 출국 허용을 준수할 것을 탈레반에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도 불참했다.
테러세력에 대한 대응을 위해 탈레반과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미국과 관계 설정도 주목할 지점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탈레반과 협력이 반드시 미래 모델일 필요는 없다면서도 "전쟁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한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cool@yna.co.kr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