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이제 올림픽 참가국 모두에게 중요한 종목"
도쿄 올림픽 태권도 동메달 이집트 대표선수 말라크·이사 인터뷰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집트는 2021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 등 모두 6개의 메달을 따냈다.
5개씩의 메달을 획득했던 1936년 베를린, 1948년 런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기록을 넘어선 최고 성적이었다.
그중 2개의 메달은 태권도 종목에서 나왔다.
이집트는 이미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권도의 인기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지만, 도쿄 올림픽의 쾌거로 태권도 인기가 더 높아졌다.
도쿄에서 2개의 메달을 따낸 이집트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헤다야 말라크(28)와 사이프 이사(23)를 2일(현지시간) 카이로 시내 마디에 있는 이집트 올림픽 센터에서 만났다.
말라크는 도쿄 올림픽 여자 태권도 67㎏급에서, 이사는 남자 80㎏급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
도쿄 올림픽이 폐막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이집트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것 같았다.
메달 획득 후 달라진 게 있는지를 묻자 여전히 들뜬 얼굴로 "많은 것이 바뀌었고,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사는 "택시에 타면 운전기사가 사진부터 찍자고 한다. 택시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심을 쓰는 기사님도 있다"며 웃었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열정을 쏟았던 5년간의 준비에 관한 뒷이야기도 처음 만난 한국 기자에게 쏟아냈다.
말라크는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57㎏ 동메달에 이어 올해 도쿄에서 67㎏으로 체급을 바꿔 다시 동메달을 목에 건 백전노장이다. 그는 메달을 따기 위해 여러 차례 해외 전지 훈련을 하고 멕시코 출신 코치를 초빙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한국이 처음으로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여러 국가에서 금메달을 나눠 가진 '실력 평준화' 양상도 이집트처럼 태권도에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이사는 해석했다.
그는 "처음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누구도 한국 선수들을 이기지 못했다"며 "하지만 태권도가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에 중요한 종목이 되면서 메달을 따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 누가 메달을 따도 이상하지 않고, 실제로 경기장에서 어떤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한국 태권도 수준이 내려갔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고, 지도자 자원이 풍부하고 훈련 노하우가 축적된 한국 태권도를 부러워했다.
동양의 먼 나라에서 건너온 스포츠에 빠져 선수 생활까지 하도록 이끈 태권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가족 이야기와 함께 저마다 개성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말라크는 "어릴 때 한국대사 배 태권도대회에 나가서 우승한 적이 있다, 그게 선수가 된 계기였다"며 "태권도는 공격적인 행동을 스마트한 방식으로 펼치는 운동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사는 "어머니가 수영에 싫증이 난 나를 데리고 스포츠 클럽에 갔고 나는 거기서 태권도를 선택했다"며 "수영은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혼자 싸우는 운동인 데 반해 태권도는 상대방과 겨루는 도전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두 선수의 향후 목표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 도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미 3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말라크는 "나는 나이를 먹고 젊고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면서 "점점 더 메달을 따기가 어려워지지만, 최선을 다하면 성적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첫 올림픽 출전에 동메달을 목에 건 이사는 "다음 목표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나를 지원해준 가족과 국가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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