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국방 "7월에 아프간 '게임 끝' 판단…미·영 슈퍼파워 아냐"

입력 2021-09-03 01:17
수정 2021-09-03 11:11
영 국방 "7월에 아프간 '게임 끝' 판단…미·영 슈퍼파워 아냐"

외무장관과 아프간 사태 책임 공방전 가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7월에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게임이 끝났다고 봤으며, 미국과 영국은 슈퍼파워(초강대국)가 아니라고 말했다.

월러스 장관은 잡지 스펙테이터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탈레반 진격 속도가 초기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 명백했으며 헤라트와 같이 과거 탈레반에 저항했던 지역이 싸워보지도 않고 무너졌을 때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7월에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든 게임은 끝났고 외교관과 통역사 등 구출작업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의회에서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8월 말 미국 등 철수 후부터 연말까지 카불 상황이 꾸준히 악화한다는 것이 합동정보위원회와 군의 입장이었다고 말한 데 대한 반격이다.

그는 구출 작전 중에 탈레반이 맞서 싸웠다면 훨씬 상황이 어려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러스 장관은 세계 속에서 영국의 지위에 관해 현실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제, 과학, 문화 등에서 광범위한 수단을 갖고 있어도 무언가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슈퍼파워(초강대국)가 아니라 그저 빅 파워(강대국)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아프간 주둔을 포기한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데일리 메일이 전했다.

가디언은 월러스 장관 측근들도 이 발언이 미국을 향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 내부자는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스 장관의 인터뷰는 아프간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외무부와 국방부의 책임공방전 중에 나왔다.

월러스 장관은 외무부 직원들이 아프간인들의 긴급한 사연을 전하는 의원들과 자선단체의 이메일 수천 통을 읽지 않은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메일을 다 읽고 분석을 마쳤다"고 말했다.

카타르를 방문 중인 라브 장관은 월러스 장관과 "같은 가정에 따라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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