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시아 버림받은 아프간 여성 경찰간부 돌맞아 죽을 위기"

입력 2021-09-02 17:29
수정 2021-09-02 17:31
"미·러시아 버림받은 아프간 여성 경찰간부 돌맞아 죽을 위기"

"탈출실패 후 집에서 집단구타 보복당해"

과거 아동·여성권·테러반대 주장해 표적

탈레반 '여성인권 보호' 약속 지킬지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정상국가' 건설을 주장하며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고위직 여경을 집단 구타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데일리 트러스트 등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 범죄수사부 차장을 역임했던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가 탈레반으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에브테카르는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탈레반에게 잔인하게 구타를 당한 후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면서 "물과 식량도 없이 총알이 빗발치는 속에서 탈레반에 둘러싸인 카불 공항 입구에서 닷새를 보냈다"고 말했다.

올해 34세인 에브테카르는 러시아 경찰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경찰 고위직에 오른 여경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주장하고,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비판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다.

에브테카르의 과거 행적은 탈레반이 그를 표적으로 삼은 이유가 됐다.

에브테카르는 아프간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미국과 러시아에 요청했지만, 이 또한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여러 국가 대사관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면서 난민캠프에 있던 미군은 자신을 다시 혼란스러운 카불 거리로 내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민캠프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미군이 총을 겨누고 "여기서 나가"라는 말을 했다며 그 뒤로 더는 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브테카르는 러시아 대사관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석사 학위가 있더라도 러시아 여권과 거주권이 없어 거절을 당했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 탈출하는 데 실패한 에브테카르는 집으로 찾아온 탈레반 경비원들에게 무기와 돌로 잔인하게 구타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에브테카르는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간에서 여성들은 또다시 억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6개월 전에 나에게 편지를 보내 여성의 권리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없다면서 경찰 일을 그만두라고 말했다"며 "탈레반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고,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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