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법원 "'총리 명예훼손' 온라인 매체, 1억8천만원 배상"
'가문 갈등' 관련 "허위 사실 반복적 보도" 리셴룽 총리 주장 수용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법원이 허위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도했다는 싱가포르 총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지 온라인 매체에 2억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리셴룽 총리가 온라인 매체 '디 온라인 시티즌'(TOC) 편집장 및 해당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리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TOC측은 21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8천만원)의 배상금을 리 총리에게 지급해야 한다.
앞서 리 총리는 2019년 8월 TOC가 온라인 기사를 통해 리 총리 '가문의 갈등'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반복해 보도했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리 총리 측은 TOC 기사가 리 총리의 여동생 리웨이링에 의해 이전에 제기된 '거짓 주장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2015년 사망) 전 총리의 자녀들인 리 총리와 그를 비판해온 차남 리셴양, 장녀 리웨이링은 부친의 유훈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리웨이링과 리셴양 등은 리 총리가 사저를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지 않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왕조 정치'를 꿈꾼다고 비판했다.
리 총리는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며 맞섰고, 이후 형제들은 각종 의혹을 제기해 이른바 '형제의 난'을 벌였다.
신문에 따르면 오드리 림 판사는 TOC는 기사에서 리 총리가 선친에게 정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증거를 볼 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사에 나타난 거짓으로 인해 리 총리의 평판과 인격이 개인적으로는 물론 총리로서도 손상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림 판사는 통상 배상금 16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4천만원)와 가중 배상금 5만 싱가포르 달러(약 4천300만원) 등 총 21만 싱가포르 달러를 리 총리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림 판사는 리 총리와 관련된 앞선 두 건의 명예훼손 소송 때보다 배상액이 더 커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2014년 블로그에 자신이 국민연금기금을 잘못 운영했다면 '도둑'으로 비난한 네티즌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5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3천만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그는 또 말레이시아의 나집 전 총리가 연루된 '1MDB 스캔들'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허위 기사를 SNS에 공유한 재무 고문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벌여 13만3천 싱가포르 달러(약 1억1천5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림 판사는 TOC는 재무 고문보다 독자 및 팔로워가 훨씬 더 많고, TOC의 편집장은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쓴 평범한 네티즌보다 지위가 훨씬 더 높은 만큼 배상액이 더 많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TOC측에 추후 사실이 아닌 명예훼손적 주장의 출판 또는 유포를 금지하는 명령도 내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AFP 통신은 싱가포르가 세계적인 강소국이지만, 집권층은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명예훼손 소송 등을 통해 언론 자유를 종종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인권단체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180개국 중 16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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