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 통역사의 '쓴소리'…"사람사는 곳 아닌 전쟁터로 착각"
WP 기고 "미군, 아프간 문화에 무지…아프간인 마음 못 움직여"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간 현지에서 미군 통역사를 지낸 아프간계 미국인이 미국의 패전에 쓴소리를 내놨다.
2010∼2012년 아프간에서 미군 및 아프간 특수작전부대 전투 통역사로 일하고 미 국무부의 아프간 친화(Afghan Familiarization) 코스를 맡기도 했던 바크타쉬 아하디는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의 문화적 문맹이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고 진단했다.
아하디는 '왜 이 미친 듯한 혼란이 불가피한가', '어떻게 아프간이 그리 빨리 붕괴했나'라는 미국인의 질문을 안다면서 "문화"를 답으로 제시했다.
그는 "탈레반과 미국·서방을 비교할 때 다수 아프간인은 항상 탈레반을 두 악(惡) 중 차악으로 바라봤다"며 "연합군이 아프간에 수많은 돈을 퍼부은 상황에서 이는 많은 미국인에게 이상한 주장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군이 아프간에서 고속도로 건설, 여성 해방, 투표권 부여 등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인은 어떤 가치와 생각이 아프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채울 수 있는지 파악하지 않은 채 도로와 학교, 정부기관 건설로 직행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아프간인에게 소외감을 안겨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거의 모든 서방 인사는 철조망 안에 머물렀는데 이는 카불의 요새화된 그린존과 보호된 군사기지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며 "(미군과 연합군의) 내 동료가 케밥의 향기와 북적거림 같은 똑같은 경험을 즐기는 게 허용됐다면 아프간과 아프간인, 문화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또 아프간인의 서방과의 유일한 접촉점이 중무장 전투부대를 통한 것이었다며 "미국인은 이곳을 사람 사는 곳이 아닌 단지 전구(戰區)로 착각했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마을을 전쟁터로 바꿔놓으면서 서방에 대한 동정심이 사라지고 탈레반의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였다는 것이다.
미군 부대에서 아프간 문화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는 "나와 일했던 해병은 내가 아프간 동료와 코란 구절을 주고받는 것을 듣고는 충격받았다"며 "그들은 이를 경건함이 아닌 극단주의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또 "해병들은 마을 사람들과 대화할 때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며 "눈 맞춤을 중시하는 아프간에서 신뢰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아프간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인은 몇 주에 한 번씩 검은 하늘에서 내려와 항상 분열을 초래하는 외계인이었을지 모른다"며 "우린 아프간인을 위해 뭐가 합당한지 이해 못 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20년간 영향력을 유지했다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고 했다.
아하디는 "머지않아 미군은 2001년 침공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아프간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세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배신을 감안하면 다음엔 지지를 받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단지 아프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문화적 문맹에 관한 한 미국은 상습범으로, 이라크 문화도 이해하지 못했기에 지금 많은 이라크인은 이란을 두 악 중 덜한 것으로 보고 있고, 베트남에서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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