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3㎝ 잘라낸 교황 "정상적인 삶 살아…사임 고려 안 해"(종합)
스페인 라디오 채널과 인터뷰…건강이상설·사임설 불식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직 자진 사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황은 1일(현지시간) 방송된 스페인 라디오 채널 '코페'(COPE)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AFP 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자신의 사임 가능성을 제기한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대해 "지난주부터 그런 보도가 있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7월 4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종합병원에서 지병인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서 열흘 간 입원했다.
퇴원 이후 순조로운 회복 과정을 거쳐왔으나 수요 일반알현과 주일 삼종기도 등과 같은 대중 행사에서 다소 약해진 목소리에 수척한 얼굴이 공개되며 건강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지난달 말에는 한 이탈리아 언론에서 교황의 자진 사임에 이은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 투표) 가능성을 짚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교황이 아플 때마다 콘클라베에 대한 미풍 혹은 허리케인이 항상 있다"며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받아넘겼다.
또 이번 수술을 통해 문제가 된 장 33㎝를 잘라냈다면서 수술 이후 전에는 먹지 못했던 음식을 섭취하는 등 완전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교황청 내외의 다양한 이슈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과 생각도 털어놨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두고 서방권 국가들이 그들의 가치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무책임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 나라의 역사·인종·종교적 배경과 고유의 전통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민주주의 모델을 이식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이러한 언급을 했다.
이는 사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모스크바를 찾은 메르켈 총리와 회담할 당시 서방권을 비판하며 한 발언이다.
다만, 발언 주체가 누구인지를 떠나 교황이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서방국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지속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청이 중국과 체결한 가톨릭 주교 임명 합의 역시 최소한 중국과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성과가 있다고 옹호했다.
이 합의는 중국 정부의 주교 임명 권한을 용인하되 그 최종 승인권은 교황에게 있다는 게 뼈대다. 2018년 9월 2년 기한으로 처음 체결됐고 작년 그 기한이 다시 2년 연장됐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중국의 종교 자유 부정·인권 탄압 등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적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이달 12∼15일 헝가리·슬로바키아 방문에 이어 키프로스와 그리스·몰타 등 3개국 순방 계획도 공개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역시 양호한 건강 상태를 전제로 참석 의지를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말 바티칸시국 내 교황 관저로 쓰이는 방문자 숙소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이뤄졌으며, 교황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질문과 답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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