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남양유업 매각 무산…이래서야 소비자 신뢰 회복할 수 있겠나

입력 2021-09-01 14:20
[연합시론] 남양유업 매각 무산…이래서야 소비자 신뢰 회복할 수 있겠나

(서울=연합뉴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그 일가의 주식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를 3천107억원에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지난 5월 체결했으나 1일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이 유제품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일어 소비자들의 거센 불매운동에 직면하자 서둘러 추진했던 계획이 멈춰 선 것이다. 홍 회장은 이른바 '불가리스 사건'이 2013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파문에 이어 8년 만에 기업을 최대 위기 속으로 몰아넣자 5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장직 사퇴는 물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했다. 이어 5월 27일 한앤코와 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매수인 측의 약정 불이행으로 부득이하게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앤코는 이미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바 있어 이번 사안은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하지만 소비자들로서는 홍 회장이 벌인 '눈물의 사퇴회견'이 결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 아니었나'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래서야 홍 회장 일가와 남양유업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지 의아해진다.

홍 회장의 주식 매각 무산은 이미 지난 7월 30일 남양유업 매각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그가 돌연 연기할 때부터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임시주총을 거래 종결 기한인 8월 31일에서 6주나 초과한 9월 14일로 미루더니 거래 종결일에는 약속된 장소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또 사퇴했다던 남양유업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면 이미 보직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는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복직하고 같은 날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이번 주식 매각 무산에는 매각가를 둘러싼 홍 회장의 변심 가능성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 매각이 성난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쫓기듯이 진행된 탓에 3천107억원이라는 가격이 홍 회장에게 만족스럽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홍 회장이 5월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기업의 오너로서,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로서는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이번 주식매매 계약 해제 통보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남양유업 오너 일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셈이 됐다. 주식 매각 무산으로 남양유업으로서는 오히려 오너 리스크만 가중하게 됐다. 벌써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 회장은 이날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1일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가 이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홍 회장 측이 당장 다른 원매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홍 회장의 사퇴 발표 이후 남양유업 주가는 3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가 최근 매각이 불투명해지면서 50만원대로 하락했는데 이날 주식 매각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급락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차갑다. 온라인공간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다"라거나 주식 매각 소식 이후 급등한 주가가 아까웠냐는 식의 조롱 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불매하겠다는 글도 잇따랐다.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논란에 이어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사건 등 남양유업과 홍 회장 일가의 악재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날 홍 회장의 주식 매각 해제 통보는 앞으로 홍 회장과 남양유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홍 회장은 과거 자신의 사퇴회견 이후 오히려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한 시장의 움직임이 주는 메시지를 명심하기를 바란다. 그뿐만 아니라 홍 회장은 소비자와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의 기업가 윤리와 도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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