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만 마셔도 부정맥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단 한 잔의 술을 마셔도 가장 흔한 형태의 부정맥인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이따금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 마치 그릇에 담긴 젤라틴처럼 가늘게 떠는 상태가 되면서 심박수가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잦을수록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호흡곤란, 무력감의 형태로 나타나며 심하면 실신하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심장 전문의 그레고리 마커스 교수 연구팀은 심방세동 전력이 있는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31일 보도했다.
이들은 대학병원 심장내과와 심장전기생리학과 외래 환자로 모두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알코올 또는 약물 남용 장애 전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외됐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약 4주 동안 지속성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 모니터를 착용하게 하고 술을 마실 때마다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또 발목에 알코올 섭취를 기록하는 경피 에탄올 센서(transdermal ethanol sensor)를 착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주기적으로 손가락 끝을 침으로 찔러 채취한 혈액을 검사해 알코올 섭취를 점검했다.
이들은 4주 내내 술을 매일 평균 1잔 마셨다.
결과는 술 한 잔을 마실 경우 그로부터 4시간 안에 심방세동이 나타날 위험이 2배, 두 잔 이상을 마실 경우 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량이 많을수록 심방세동 위험은 점점 더 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는 심방세동이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지만 어쩌다 단 한 잔만 마셔도 심방세동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심방세동이 아무 때나 예고 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예측과 예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술 한두 잔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술을 마시고도 심전도 모니터 버튼을 누르는 것을 깜빡했거나 일부러 누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경피 에탄올 센서에는 정확히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이 어떻게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는 것인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내과학회 학술지 '내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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