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 눈도 떼는 자율주행 시대 '성큼'…기사 없는 택시부터

입력 2021-08-31 18:00
손도 눈도 떼는 자율주행 시대 '성큼'…기사 없는 택시부터

현대차·GM·혼다, '비상시에만 운전자 개입'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

구글·인텔 등 IT업계도 '참전'…현재 기술로는 사고도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권희원 기자 = 운전석에 앉았지만, 운전은 하지 않는 자율주행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GM 등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구글, 인텔 등 IT 업계까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주행 시장은 연평균 41% 성장해 2035년 1조1천204억달러(약 1천300조)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2023년부터 자율주행 4레벨이 적용된 로보택시(무인 택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완전자율주행차 개발과 보급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자율주행 레벨은 0~5로 구분된다. 레벨2까지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레벨3은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레벨4부터는 차량이 스스로 위험 상황에 대처한다.



◇ '2035년 1천300조원 규모' 자율주행 어디까지 왔나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오토 파일럿이나 크루즈 컨트롤 등은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이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모델S, 모델 X, 모델 3에 적용해 양산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기존보다 한 단계 진화된 'FSD 베타 버전 9.0'을 소수 고객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FSD는 자율주행 레벨2 수준으로, 신호등과 제한 속도를 인지하고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지만 운전자의 통제가 필요해 레벨3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GM, 혼다, 포드 등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속속 내놓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 미국 모빌리티 전문기업 앱티브와 함께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를 차량 공유업체인 '리프트'에 공급해 2023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로보택시를 레벨4 수준으로 개발 중이다.

아울러 내년 완전 변경되는 제네시스 G90 모델에는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파일럿'(HDP)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레벨3은 위급상황이 되면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해야 하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로, 현대차의 HDP는 곡선 주행과 차선 변경, 고속도로 진·출입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다.

GM은 2016년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한 데 이어 자체적으로 무인택시 모델을 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승객 운송 시험 사업을 승인받았다.

GM은 레벨3 수준의 슈퍼 크루즈 기능을 캐딜락, 쉐보레, GMC 등 주요 차종에 이르면 연말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 자율주행 기술개발 업체 아르고AI와의 협력을 통해 올해 안에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출시해 향후 5년 이내에 미국에서 1천대 이상을 운용한다는 목표다.

일본 혼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승용차 '레전드'를 출시했다. 레전드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시속 50㎞ 이하의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보거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초 중국 베이징에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인 바이두는 3년 안에 중국 3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 IT 업계·정부도 자율주행기술 확보 '박차'

자율주행은 완성차 제조업체만이 그리는 미래가 아니다. 구글, 인텔, 애플 등 IT 업계도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에 나섰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은 차량이 스스로 위험 상황과 주행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AI)이다. AI와 '라이다'(LiDAR·빛으로 주변 물체와 거리를 감지하는 장치) 센서의 고도화가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AI와 반도체 기술을 지닌 IT업계도 자율주행 개발에 뛰어들었다.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는 이미 완성차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웨이모는 투자자 모집을 통해 25억달러(약 2조7천95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투자금을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인력 충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웨이모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서비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을 위해 자회사 모빌아이에 4억달러(약 4천64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차량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애플이 전기 구동의 자율주행차인 '애플카'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KT[030200], 카카오모빌리티 등 IT 업체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012330], KT,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이 참여한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도 협회 회원사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과 자율주행 AI 연구개발에 3년간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LG 전자는 차량용 전장부품과 인포테인먼트 부문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정부도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범부처 기술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4개 부처는 2027년 융합형 레벨4+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목표로 총 1조974억원 규모의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을 올해부터 착수했다.



◇ 잇따른 안전사고…아직은 시기상조?

자율주행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안전성에는 의문 부호가 있다. 최근 테슬라, 도요타 등이 선보인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장착된 차량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달 26일 오후 2시께 도쿄 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운행되는 도요타자동차의 자동운전 버스가 일본 선수를 치는 사고가 났다.

이달 28일에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3가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에서 정차 중인 경찰차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당시 모델3 운전자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켜둔 상태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테슬라 오토파일럿 시스템과 관련한 11건의 사고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도 로컬 전기차 브랜드 니오 차량이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운전자는 사고 당시 운전 보조 기능인 'NOP'(Navigate on Pilot)을 작동시킨 상태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사고 차들은 엄밀히 말하면 자율주행차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테슬라나 도요타의 사고 차량 모두 완전자율주행이 아닌 자율주행 레벨2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레벨2는 속도 조절과 차선 유지를 통해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사고가 난다면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율주행은 레벨4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자율주행차라고 부르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며 "완전자율주행차가 나오기까지는 6~7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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