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아프간 탈출 희망자 추가이송 부심…中 차이나타운 유지

입력 2021-08-31 17:22
수정 2021-08-31 17:27
美日 아프간 탈출 희망자 추가이송 부심…中 차이나타운 유지

구호단체 관계자·외신기자 등은 국제사회에 탈출 지원 호소

'떠나려는 이들과 버티는 이들' 미군 철수 후 표정 엇갈리기도



(뉴델리·워싱턴·도쿄·베이징=연합뉴스) 김영현 백나리 김호준 조준형 특파원= 미국이 3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무리한 가운데 탈레반 치하를 벗어나려 했지만 미처 현지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추가 탈출 기회를 노리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 반해 위험을 감수해가며 현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도모하려는 이들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카불공항 주변에서 지난 26일 최악의 폭탄 테러까지 발생한 터에 최후의 보루였던 미군마저 완전철수하면서 아프간은 현재 외국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탈레반 치하에서 잔류 자국민과 현지인 협력자들을 데려오는데 전전긍긍하고 있고, 국제기구에 소속돼 현지에서 구호활동에 종사해온 이들과 언론인들 중에서는 많은 이들이 신속한 탈출 지원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반면 중국은 아프간에 대사관을 여전히 가동하며 탈레반과의 소통을 유지하는 동시에 차이나타운도 폐쇄하지 않고 있다.

◇ 미국·일본, 잔류 국민·협력자 추가 탈출지원에 부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평화협정을 맺긴 했으나 탈레반과 20년 전쟁을 치른 미국은 남아있는 100여명의 자국민과, 현지인 조력자들을 '탈레반 치하'에서 안전하게 탈출시키는데 전전긍긍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 등에 대한 대피 계획을 밝히며 "쉽거나 빠르게 될 거라는 환상은 없다"며 "우리는 미국인과 외국 국적자, 아프간 주민들이 떠나기로 하면 떠날 수 있게 돕는 끈질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의 통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인 대피작업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아프간 카불을 떠나는 5편의 마지막 비행편에 미국 시민인 민간인은 없었다고 전했는데, 이는 대피 막판에 이미 미국인을 추가로 카불공항에 당도시키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미국인도 미국인이지만 20년의 아프간전 와중에 미국에 협력한 현지 조력자들 대피작업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도 연설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떠나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며 약속 준수를 촉구하는 미국 주도의 공동성명에 약 100개국이 동참했다고도 전했다.

일본은 이미 대사관 직원 등 현지 일본인을 대부분 타국 항공기 편으로 출국시켰으나 남아있는 한자릿수의 자국민과 현지 대사관에서 일했던 아프간인 등을 철수시키는 일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탈출을 희망하는 일본대사관 근무 현지 직원 등의 국외 대피를 돕기 위해 파견된 일본 자위대는 9월1일 별다른 성과 없이 철수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자국 대사관과 국제협력기구(JICA) 등에서 일한 아프간 직원 및 그 가족 등 약 500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 대원 등 300여 명과 수송기 3대, 정부 전용기 1대를 지난 23일부터 아프간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거점을 둔 자위대 수송기는 25일 이후 카불 공항에 여러 차례 착륙했지만, 일본을 위해 일해온 아프간 현지인은 한 명도 대피시키지 못했다.

지난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영향으로 일본 정부가 주선한 10여 대의 버스 편으로 공항에 집결하려 했던 수백 명의 현지인이 공항에 접근하지 못하는 악재도 겹쳤다.

자위대는 26일과 27일 각각 미군이 탈출 지원을 요청한 아프간 이전 정부 관계자 14명과 교도통신 아프간 통신원으로 일해온 자국민 1명만 파키스탄으로 대피시켰다.

◇ '생명 위협' 의료진·언론인은 '탈출 도와달라' 절규



탈레반 치하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의료인과 언론인 등은 "탈출을 도와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31일 아리아나뉴스 등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SNS) 영상 등에 따르면 현지 의사 등 의료인은 전날 수도 카불의 국경없는의사회(MSF) 건물 앞에서 탈출을 지원해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국제의료구호단체 MSF 소속으로 일했던 이들은 탈레반 체제가 도래하면서 서방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여러 위협을 받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탈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서방 언론인들의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지금까지 탈출을 도와달라고 신청한 아프간 언론 종사자 수가 2천명을 넘었다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현지 파지호크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IFJ 부사무총장 제레미 디어는 국제기자연맹이 아프간 언론인을 받아줄 나라들과 협상하는 동시에 탈레반에 접촉해 언론인들이 카불공항을 통해 출국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 탈레반과 '끈' 유지중인 中, 대사관 가동하며 향후 기회 모색



중국은 이들 나라와 딴판이다.

우선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현지 대사관을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국가 중 하나다.

카불이 탈레반에 넘어가기 전부터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탈레반 2인자와 만났고,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중국은 현지의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지지하고, 내정불간섭과 제재 반대 목소리를 내며 탈레반 정권을 사실상 인정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탈레반도 이런 중국을 자국 재건의 파트너로 여기는 상황에서 중국은 현지 대사관을 전초기지 삼아 앞으로 들어설 탈레반 중심의 새 아프간 정권과 협력하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신장위구르 분리주의 세력의 발호 및 중국으로의 유입을 아프간 새 정부와 공조해 저지하는 한편, 상황이 안정되면 현지 자원개발 및 인프라 건설 사업에 참여하려는 것이 중국 매체들이 전하는 현재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 중국인 다수는 철수했지만 여전히 소수 인원이 2019년 설치된 카불의 차이나타운에 남아 생업을 지키고 있다.

왕위(王愚)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는 29일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현지 중국민에게) 안전 주의문을 발령했으며 다양한 형태로 대부분의 중국 국민들이 철수했다"고 소개했다.

왕 대사는 이어 잔류 중국인에 대해 안전에 유의할 것, 현지 종교 관습을 준수할 것, 옷차림과 음식, 언행에서 현지 풍습을 존중할 것, 카불공항 등 위험한 곳에서 떨어져 있을 것 등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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