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잊지마세요" 아프간 못떠난 서방 협력자들 호소
뉴스위크에 익명 기고문…미군 철수 이후 "계속 기다리겠다"
"모든 사람 대피시킬 것" 바이든 헛말에 비판 고조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민주주의와 자유, 다른 멋진 것들을 약속했던 미국과 국제사회가 우리를 잊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계속 기다리겠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철수가 완료된 30일(현지시간) 카불에 남은 한 아프간 남성의 기고문을 실었다.
사회과학 연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남성은 지난 15년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세계은행 등 여러 국제사회 단체와 일해온 협력자 중 한 명으로, 탈레반 보복을 우려해 '익명'(ANONYMOUS)이라는 이름으로 기고문을 냈다.
그는 미국 특별이민비자(SIV) 처리 절차가 늦어지면서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했고, 현재 카불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2주간 국제사회가 카불 공항에 초점을 맞췄지만, 자신의 가족을 포함해 500만명에 달하는 대부분의 카불 시민들은 마지막 미국 비행기가 떠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하며 조용히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고, 가족들이 무사한지 전화를 하고, 집에서 창문을 커튼으로 가린 채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탈레반 전투원들이 두렵다. 그들이 기자, 국제사회와 함께 일한 사람들의 집에 들이닥쳤다는 얘기가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공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사람들은 경제 위기를 우려하고 있고, 카불 밖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이 매일 증가하면서 다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사립학교 교장으로 일하던 자신의 여동생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단 하루만 출근하는 등 여성들의 상황은 더 어렵다고 이 남성은 전했다.
그는 자신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16년 전 미국 학자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이후 줄곧 외국인들의 연구와 개발 프로젝트, 특히 소아마비 백신 캠페인 등을 도왔다고 밝혔다.
이제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모두 떠나갔지만, 다른 수천명의 아프간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은 SIV 절차를 통과하지 못해 카불에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SIV에 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어서 카불에 남아야 할지, 파키스탄으로 떠나야 할지조차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조금만 더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면 계획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됐겠지만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이 보복하는 것을 미국과 국제사회가 허용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는 잊혀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미군 완전 철수 이후 아프간에 남겨진 것은 서방 협력자뿐만이 아니다.
미 폭스 뉴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 모두가 완전히 대피할 때까지 아프간에 군을 주둔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ABC 뉴스에 아프간에서 미군의 목표는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 및 그들의 가족을 포함해 모든 이들을 대피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미군 철수 이후에도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했던 미국인 중 일부는 아직 현지에 남아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우리는 나가고 싶어한 모든 이들을 내보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신의 발언을 지키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고위 관료는 폭스 뉴스에 250명 이하의 미국인들이 아프간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 관료는 아프간 내 협력자들을 언급하면서 "우리와 함께 일했던 이들을 (계속해서) 대피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은 미군의 철수 이후에도 공항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일상적인 여행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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