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임박에도 英대피 위해 카불공항 개방"…英 "책임전가"(종합2보)

입력 2021-08-31 21:52
"美, 테러임박에도 英대피 위해 카불공항 개방"…英 "책임전가"(종합2보)

미 매체 폴리티코, 국방부 회의 메모 입수해 보도

영 외무 "출입구 개방 밀어붙이지 않았다" 공식 부인…보도 뒤 美-英 긴장감



(런던·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이광빈 기자 = 미국 국방부가 지난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가능성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출입구를 폐쇄하지 않았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테러 발생 전 세 차례 전화 회의를 통해 테러 발생 가능성과 공항 출입구 중 하나인 애비 게이트 등의 폐쇄 문제를 논의했으나, 인근에서 영국군이 철수 속도를 높이고 있어 폐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세 차례 전화 회의와 관련한 상세 메모 및 회의 내용을 알고 있는 미국 국방부 관계자 2명과의 인터뷰에 근거해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24∼48시간 안에 테러가 애비 게이트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예측했다.

첫 번째 회의는 테러 발생 24시간 전 열렸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0여 개 동맹국 국방장관들에게 대규모 사상자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전달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회의에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가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회의 뒤 오스틴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다시 소규모로 회의를 열었고, 테러 위험에 다시 경각심을 나타냈다.

회의에서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IS의 위협이 커지더라도 미군이 카불에 더 머무를 수 있도록 탈레반이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탈레반과 IS가 협력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면서도 탈레반이 미국과 동맹국의 철수를 보호할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군 지휘부는 같은 날 추가 전화 회의를 통해 애비 게이트 폐쇄를 구체적으로 계획했다.

회의에서 미군 정보 고위 관계자는 IS가 대규모 공격을 계획한다는 징후가 계속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철수 일정을 앞당긴 영국군이 공항 인근 바론 호텔 인근에서 영국 시민 및 아프간 현지인들을 계속 대피시킬 수 있도록 애비 게이트를 더 열어두기로 했다.

테러는 몇 시간 후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 정도가 사망했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 영국 측 피난 행렬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으나, 테러로 2명의 영국 시민이 숨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폴리티코의 보도와 관련해 회의 내용이 누설된 데 비판하면서 "내용이 폴리티코 기자에게 유출됐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보도시 공항 내 철수 작전을 더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보도가 나온 뒤 양국 간 특별한 관계에 긴장감이 감돈다고 영국 더 타임스는 전했다.

고위 정부 관계자들과 보수당 의원들은 미국이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발끈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상황의 엄중함을 이해한다. 우리는 이동 권고를 변경했다"며 "출입구를 닫았다면 우리는 이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입구를 열어놔달라는 요청에 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하원 국방위원장은 "도움이 안 되는 책임 전가로 우려된다. 특별한 관계의 수준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카불공항 출입구를 열어두라고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라브 장관은 애비 게이트 옆 심사센터 직원들과 배런 호텔에 있던 직원들을 공항으로 대피시켰지만 이 과정에 애비 게이트를 계속 열어둘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면밀히 조율했으며, 이동 권고를 변경하고 공항 밖 군중에게 피하라고 알렸다고 말했다.

영국 군 관계자는 양국 군이 애비 게이트를 열어두기로 합의했다며 '공동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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