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자폭테러 임박 알고도 출입구 폐쇄 안 해"

입력 2021-08-31 10:54
수정 2021-08-31 12:24
"미 국방부, 자폭테러 임박 알고도 출입구 폐쇄 안 해"

미 매체 폴리티코, 국방부 회의 메모 입수해 보도

폐쇄 계획 만들었으나 영국 측 시민 대피 위해 입구 유지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미국 국방부가 지난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출입구를 폐쇄하지 않았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테러 발생 전 세 차례 전화 회의를 통해 테러 발생 가능성과 공항 출입구 중 하나인 애비게이트 등의 폐쇄 문제를 논의했으나, 인근 지역에서 영국군이 철수 속도를 높이고 있어 유지했다.

폴리티코는 세 차례 전화 회의에 대한 상세 메모와 회의 내용을 알고 있는 미 국방부 관계자 2명과의 인터뷰에 근거해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24∼48시간 안에 테러가 애비게이트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예측했다.

첫 번째 회의는 테러 발생 24시간 전 열렸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0여 개 동맹국 국방장관들에게 대규모 사상자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전달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회의에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가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회의가 끝난 뒤 오스틴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다시 소규모로 회의를 열었고, 테러 위험에 대해 다시 경각심을 나타냈다.

회의에서 케네스 맥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IS의 위협이 커지더라도 미군이 카불에 더 머무를 수 있도록 탈레반이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탈레반과 IS가 협력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면서도 탈레반이 미국과 동맹국의 철수를 보호할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군 지휘부는 같은 날 추가 전화 회의를 통해 애비게이트 폐쇄를 구체적으로 계획했다.

회의에서 미군 정보 고위 관계자는 IS가 대규모 공격을 계획한다는 징후가 계속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철수 일정을 앞당긴 영국군이 바론호텔 인근에서 영국 시민 및 아프간 현지인들을 계속 대피시킬 수 있도록 애비게이트를 더 열어두기로 했다.

테러는 몇 시간 후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 정도가 사망했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 영국 측 피난 행렬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으나, 테러로 2명의 영국 시민이 숨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폴리티코의 보도와 관련해 회의 내용이 누출된 데 대해 비판하면서 "폴리티코 기자에게 내용이 유출됐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보도될 경우 공항에서의 철수 작전을 더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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