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진격에 IS 자폭 테러…미 철군까지 악몽의 보름

입력 2021-08-31 10:11
수정 2021-08-31 15:16
탈레반 진격에 IS 자폭 테러…미 철군까지 악몽의 보름

철군 마지막 순간까지 IS 테러와 로켓공격 직면…긴장 최고조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하고 나서 보름 뒤인 30일(현지시간)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이륙하면서 20년간 이어져 온 아프간 전쟁이 막을 내렸다.

탈레반의 신속한 진격과 그에 따른 아프간 정부의 붕괴 조짐을 읽지 못한 미국은 쫓기듯 진행한 철수 작전 와중에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테러로 13명의 장병을 잃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치르고 2천명이 넘는 미군 전사자를 낸 아프간 전쟁의 종식은 허망할 정도로 다급하게 이뤄졌다.

◇탈레반의 '파죽지세' 진격…미 국방 "11일만에 무너질 줄이야"

탈레반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 막바지인 지난 6일 처음으로 지방의 주도(州都)를 점령한 뒤 차례대로 주요 도시들을 무너뜨렸고, 지난 15일 마침내 수도 카불까지 진격했다.

미군이 떠나며 남긴 공백을 노린 탈레반의 진격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 정부의 붕괴까지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11일 만에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장 든든한 원군이었던 미군의 철수로 전의를 상실한 아프간 정부군들의 상당수가 탈레반을 상대로 총 한 발 쏴보지도 않은 채 달아났고, 탈레반은 지방 거점도시를 차례차례 함락하면서 신속하게 '무혈입성'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진 지난 15일 현금다발을 가지고 아프간을 탈출해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탈레반의 카불 함락 뒤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 전쟁을 끝내는데 후회는 없다면서 "국익 없는 전쟁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예상보다 빠른 아프간 함락과 관련해선 싸움을 포기하고 달아난 아프간 지도자들과 군에 그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공포에 질려 공항으로 모여든 인파로 대혼란…탈레반은 "달라지겠다"

정치지도자와 군인들까지 달아나고 미군은 속속 철수에 나선 상황에서 공포에 질린 아프간인들과 외국인들은 대거 카불 공항에 몰려들었고, 공항과 주변 일대는 대혼란의 아수라장이 됐다.

탈레반이 모든 국경 지대를 장악한 상황에서 내륙국가인 아프간을 탈출하는 유일한 경로는 카불 공항밖에 없기 때문에 탈레반의 폭정을 우려한 아프간인들은 공항으로 끝없이 몰려들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정부와 군대를 위해 일했던 협력자들과 그 가족이었다.

탈레반은 지난 17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해 취업과 교육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유화 제스처에도 여전히 아프간 정부 관리나 경찰, 미군 협력자를 살해하거나 감금·폭행하는 사례들이 계속 보도되며 우려를 낳았다.

탈레반에 대항하는 반군 전선도 형성됐다.

지형과 지리적 이유로 천연 요새로 불리는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서는 탈레반에 대항하는 정부군 잔류세력과 군벌들이 저항 세력을 결집했다.

이들은 탈레반을 상대로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면서도 포괄적 정부 구성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혼란 틈탄 IS 폭탄테러·로켓공격…철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 최고조

31일로 제시된 미군 철군 시한이 다가오자 동맹국들과 국제사회에서는 기한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미국은 물론 탈레반도 기한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 정상들과 아프간 사태를 논의한 뒤 지난 24일 연설에서 철군 시한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카불 공항 주변의 대혼란은 공항을 통제하는 미국의 책임이라면서 31일을 넘겨 주둔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와중에 26일 카불 공항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은 여러 차례 카불 공항 주변에 테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미군 장병 13명이 숨지는 등 170명이 죽는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탈레반과 적대적 관계인 IS의 분파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었다.

미국은 즉각 보복에 나서 27일 낭가하르주에 드론을 띄웠고, 공항 테러를 계획한 조직원 1명을 제거했다.

이후 미국은 29일에도 카불에서 폭탄테러 위험이 있는 차량을 공습했는데 민간인 사망자 10명(어린이 7명 포함)이 발생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IS의 테러 위협으로 공항 주변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철군 시한 하루 전인 30일에도 IS-K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로켓포가 잇따라 날아들었고, 미군은 방어 시스템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C-17 수송기가 아프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카불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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