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100여마리와 아프간 탈출한 영국인…직원들은 못나와
참전용사들 "영국군과 일한 아프간인 더 구했어야" 비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던 영국인이 논란 끝에 결국 100여마리를 데리고 탈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아프간인 직원들은 데려오지 못했다.
보호소 운영자 폴 파딩은 29일(현지시간) 영국 히스로 공항에 도착해서는 "복잡한 심정"이라며 "부분적 성공"이라고 말했다고 BBC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파딩은 아프간인 직원들 없이 동물들만 데리고 탈출했다. 동행한 수의사는 개 90∼100마리, 고양이 60∼70마리가 동승했다고 전했다.
파딩의 재단은 소셜 미디어에 "훌륭한 팀이 남겨진 것은 끔찍한 충격"이라고 적었다.
전직 영국 해병인 폴 파딩은 아프간 복무 후 카불에서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다가 유기견·묘 약 200마리, 직원·가족들과 함께 탈출을 계획했다.
"애완동물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거부하는 정부를 거칠게 공격한 끝에 결국 전세기 이용 허가를 받았지만, 그 다음엔 카불 공항 폭탄테러로 발이 묶였다.
아프간 참전용사인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무 특별위원장은 28일 LBC 인터뷰에서 "공항으로 사람들을 데려와 탈출시키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개 200마리를 데려오는데 많은 병력을 사용했다. 반면 내 통역사의 가족들은 살해당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투겐트하트 위원장은 "통역사 한 명이 며칠 전에 '왜 5살짜리 내 아이가 개보다 가치가 작냐'라고 물었다"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에 세 차례 파병된 이력이 있고 통역사 구출을 지원해온 앤드루 폭스 소령은 "탈레반은 동물이나 동물을 돌본 서양인들을 죽이려는 게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일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영국 국적자와 통역사들을 밖에 내버려 두고 동물들의 공항 진입을 도운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말했다고 더 타임스가 30일 전했다.
역시 아프간 참전군인인 제임스 볼터 소령은 "아프간 정치인이나 특수군만큼 가치가 있느냐"라며 "전세기는 영국군과 일한 직원 수백명을 데려오는 데 쓰일 수도 있었다. 남은 사람들이 왜 영국은 그들보다 유기동물을 구하는 데 더 애쓰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파딩은 동물들이 사람보다 우선은 아니라고 부인하며 동물들은 화물칸에 실으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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