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18층 주상복합건물서 대형 화재…신속 대피로 참사 모면(종합)

입력 2021-08-31 01:42
수정 2021-08-31 11:12
밀라노 18층 주상복합건물서 대형 화재…신속 대피로 참사 모면(종합)

70여 가구 입주한 건물 대부분 태워…사망·실종자 없는 것으로 잠정 파악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밀라노의 18층짜리 고급 주상복합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일간 일 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9일 오후 5시 45분께(현지시간) 밀라노 남쪽 외곽에 있는 주상복합단지 '토레 데이 모로'(Torre dei Moro)에서 불이 났다.

60m 높이의 건물 최상층부에서 발생한 이 불은 삽시간에 아래층으로 번지며 건물 대부분을 태운 뒤 30일 정오께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한 주민은 "건물 패널이 버터처럼 녹았다. 사방의 자욱한 연기를 뚫고 급히 건물에서 빠져나왔다"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건물에는 70여 가구(거주민 150여명)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별다른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이 입주민들에게 개별 연락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소방관들을 건물 내부로 진입시켜 남아있는 주민이 있는지 살폈으나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한다.

당국은 다수의 입주자가 막바지 휴가를 떠난 상태였고, 건물의 화재경보시스템 작동으로 안에 있던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하면서 대참사를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화염과 열기로 건물 골격이 심각하게 훼손됨에 따라 붕괴 우려가 있다고 보고 후속 대책을 강구 중이다.

우리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단계이나 일단 15층 부근의 전기 합선에 따른 발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국은 불이 건물 외벽 패널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번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패널이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재질로 제작됐을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건물 외벽 상당 부분은 화재로 소실돼 사실상 뼈대만 남은 상태다.

이 건물은 2011년 완공된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밀라노 외곽 재개발 프로젝트의 하나로 건립됐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지은 지 10년밖에 안 된 현대식 건물이 이처럼 화재에 완전히 취약하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화재를 두고 밀라노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아울러 2017년 6월 발생한 영국 런던 임대 아파트 '그렌펠 타워' 참사와도 비교된다. 4층 거주지의 전기합선으로 발생한 이 불은 가연성 재질의 건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72명의 입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주밀라노총영사관은 "화재 건물에 우리 교민은 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건물 안전에 대한 우려로 주변 접근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밀라노시에 거주하는 교민 수는 1천770여명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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