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이용해 방탄복 소재 케블라보다 강한 근섬유 합성

입력 2021-08-30 18:01
미생물 이용해 방탄복 소재 케블라보다 강한 근섬유 합성

워싱턴대 연구진, 박테리아로 근육 단백질 '티틴' 생성해 근섬유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muscle fiber)는 방탄조끼 제조에 사용되는 고강력 섬유인 케블라보다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물의 희생이 따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이 한계였는데, 미국 대학 연구진이 미생물을 이용해 이를 합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에 따르면 매켈비 공대 에너지·환경·화학공학과의 장푸중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생물 내에서 고분자 근육 단백질인 '티틴'(titin)을 생성하게 해 근섬유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장 교수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고 규모도 조절할 수 있다"면서 "이전에 천연 근섬유를 갖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동물의 실제 조직 없이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이 생성한 티틴은 근육 조직의 3대 단백질 중 하나로, 대형 분자라는 물리적 특성을 갖고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생물·생의학 과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캐머런 사전트는 "(티틴이) 지금까지 확인된 자연 상태의 단백질 중에서는 가장 크다"고 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티틴과 같은 대형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박테리아를 공학적으로 조작해 작은 단백질 분자를 결합, 약 2메가 달톤(Da·1Da=산소원자 질량의 16분의 1) 크기로 만들 수 있게 했다. 이 크기는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일반 단백질의 약 50배에 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습식 방사(紡絲) 방식을 이용해 이 단백질을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정도인 지름 10㎛(마이크로미터)의 근섬유로 만들어 냈다.

연구팀은 합성 근섬유가 고강도 방호복이나 각종 옷감으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생체의학 분야에서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박테리아가 생성한 단백질이 근조직에서 발견되는 것과 거의 같아 생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봉합사나 조직 공학 등에서 훌륭한 재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근섬유 합성에서 중단하지 않고 미생물을 활용한 합성물질 생성 연구를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사전트 연구원은 "어디든 적용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것이 이번 시스템의 장점"이라면서 "다른 단백질을 중합 플랫폼에 넣고 다양한 물질에 적용할 수 있는 더 크고 긴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장 박사는 논문 공동 제1저자와 함께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특허도 출원했다.

이번 연구에는 맥켈비 공대 같은 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전영신 박사도 기여를 한 것으로 대학 측은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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