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일자리·임금경쟁 격화'에 내국인 처우 개선 박차

입력 2021-08-30 13:02
싱가포르, '일자리·임금경쟁 격화'에 내국인 처우 개선 박차

최저임금 대상 확대·외국인 취업비자 기준 강화·차별방지 법제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정부가 자국 노동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30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셴룽 총리는 전날 국경일 기념 연설을 통해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모든 내국인 근로자들에게 최저 임금으로 월 1천400 싱가포르 달러(약 121만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해당 기업 내 외국인 고용 인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혜택을 받는 내국인 근로자들의 수가 결정됐었다.

리 총리는 또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에게 발급되는 취업비자(EP) 등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직장 내 차별 조치 해결을 위한 지침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이 문제를 다룰 재판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조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외국 인력 때문에 싱가포르 내국인들의 일자리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글로벌 인재들에 대한 개방 정책, 낮은 세금 그리고 현대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금융 허브로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이런 가운데서도 해외 인력 이슈는 10년 넘게 화약고가 돼왔다.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임금을 놓고 내국인들과의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독립 이후 55년 만에 야당에 가장 많은 의석을 내주면서 '사실상' 패배한 원인 중 하나가 이민 및 해외인력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력 정책 조정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리 총리는 이달 초 TV 연설을 통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해외인력에 대한 우려가 악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해결하는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리 총리는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인력에 대한 반감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및 금융 부문에서 고용 관행에 대한 불만이 종종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들의 고용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이 기업들은 싱가포르에 오지 않았을 것이며 싱가포르인들의 기회도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정부 통계를 인용, 현재 싱가포르 인구 570만명 중 약 30%가 영주권자가 아닌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1990년 당시 약 10%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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