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교수의 분노…마스크 거부 학생에 "그만두겠다" 강단 떠나

입력 2021-08-30 11:06
미 노교수의 분노…마스크 거부 학생에 "그만두겠다" 강단 떠나

88세로 당뇨병·고혈압 앓아…전공필수 과목 결국 폐강

"군에서 나라 위해 싸웠지만 마스크 거부 때문에 목숨 걸고 싶지 않아"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코로나19가 재확산 중인 미국 남부의 한 대학교에서 수업 도중 한 학생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자 80대 명예교수가 그 자리에서 사직하는 일이 벌어졌다.

29일(현지시간) 조지아대학교 학보 '레드 앤 블랙'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심리학과 어윈 번스타인(88) 교수가 수업 도중 돌연 사직을 표시했다.

발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고급 심리학 세미나의 두 번째 수업이었다.

25명이 수강하는 이날 수업에 첫 수업에 나오지 않았던 한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나타났다. 이 학생은 다른 학생이 건네준 여분의 마스크를 코가 드러나도록 착용했다.

이를 본 번스타인 교수는 학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 학생은 "숨쉬기가 힘들다. 호흡에 문제가 있다"며 마스크를 고쳐 쓰지 않았다.

그는 수업 시작 15분이 지난 후 해당 학생에게 재차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으나, 이 학생은 이번에는 대답을 거부했다.

그러자 번스타인 교수는 "이 수업에서 이미 학생 2명이 코로나19에 걸려 결석 중"이라며 "이제 끝이다. 나는 사직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강단을 내려왔다.

이 대학에서 1968년부터 강의해온 번스타인 교수는 2011년 퇴임 후 명예교수 자격으로 수업을 해 왔다. 지난 18일 첫 수업에서는 "마스크 없이 수업에 들어오지 말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학보 측에 보낸 이메일에서 "88세의 고령으로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어 코로나19에 걸리면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군에 입대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싸운 적도 있지만,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학생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싶진 않다. 그래서 사직했다"고 밝혔다.

심리학과 전공필수인 이 수업은 자동 폐강됐다. 이에 따라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서둘러 다른 수업을 신청해야 했다.

조지아 대학교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이 대학에서는 지난 7월 19일부터 447건의 코로나 양성 결과가 보고됐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조지아 주립대학교 생물학과 강사 코디 루크가 대면 수업 중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대학 측에 건의했다가 해임된 바 있다.

그는 "(마스크 의무화 없는 수업은) 선을 넘은 것이다. 6년간 일한 직장을 그만두게 됐지만,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higher250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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