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급증에 미 남부 병원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

입력 2021-08-30 04:41
코로나 환자 급증에 미 남부 병원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

"30∼50대 젊은 중환자들, 산소 부족으로 잇따라 사망"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플로리다주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실려 온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병원에선 기본적인 산소 호흡기 치료도 제때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CNN 방송과 블룸버그 통신은 29일(현지시간) 코로나 환자로 넘치는 플로리다,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니아,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주 병원들이 의료용 산소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들 지역 병원은 산소를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병원은 탱크에 보관해둔 산소가 부족해지자 비상용으로 마련해둔 예비 물량까지 사용하고 있다.

의료용품 공급업체 프리미어는 미국 남동부 지역 병원들에 공급할 산소가 부족하다며 병원마다 12∼24시간 사용 분량밖에 남지 않은 최악의 상태라고 밝혔다.

이 업체의 도나 크로스 이사는 일선 병원들이 대용량 산소 탱크의 50% 정도만 채우고 있다며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입원 환자 급증과 맞물린 의료용 산소 공급 부족은 플로리다 등 남부 지역의 코로나 위기 대응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27일 기준 신규 환자는 10만 명당 690.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로나 입원 환자도 10만 명당 75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았다.

플로리다주 병원 협회는 지난 25일 기준으로 68개 병원이 이틀 치 분량도 안되는 산소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고했다.

플로리다주 주피터 메디컬센터 중환자실 의사인 아흐메드 엘하다드 박사는 "30∼50대 젊은 환자들이 산소가 부족해 죽어가고 있다"며 폐를 공격한 델타 변이 때문에 "환자들이 더 빨리 숨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엘하다드 박사는 중환자실에 실려 오는 환자 모두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마법의 약은 없고 백신만이 코로나에 따른 사망을 막고 있다"며 백신 접종을 거듭 촉구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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