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군벌들, 조만간 회담…反탈레반 전선 구축 본격화
"파슈툰족 주축 탈레반, 소수민족과 합의 없인 정권 불안"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과거 맹위를 떨쳤던 군벌들이 조만간 회담하고, 반(反) 탈레반 전선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타 무함마드 누르 전 아프간 발흐주 주지사의 아들 칼리드 누르(27)는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과 여러 베테랑 지도자들이 탈레반과 협상을 위한 새 전선 구축을 위해 몇 주 내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칼리드는 "아프간 문제가 한 사람만 나서서 해결되지 않음을 알기에 집단 협상을 선호한다"며 "국가 전체의 정치 커뮤니티, 특히 힘있고,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전통적인 리더들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탈레반은 군사적으로 승리했기에 매우, 매우 오만하다"며 "하지만, 탈레반이 지난번(1996년∼2001년) 5년 집권기에 그랬던 것처럼 소수민족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통치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드의 아버지인 아타 무함마드 누르 전 주지사는 타지크족으로, 과거 아프간-소련전쟁 당시 저항군 사령관을 지냈고, 지난 대선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프간은 파슈툰족(42%) 외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여러 종족으로 이뤄졌다.
각 종족을 기반으로 한 아프간의 무장 군벌들은 1989년 아프간-소련 전쟁이 끝난 뒤 내전을 벌이다 탈레반이 19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정권을 잡은 뒤에도 북부 지역 등에서 세력을 유지했다.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주축으로 한다. 아프간 문제 전문가들은 "누구든 아프간에서 소수민족과 합의가 없이 정권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아프간 내 주요 군벌들은 탈레반이 이달 15일 2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잡은 뒤 '포괄적 정부 구성' 등을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하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선전포고한 상태다.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는 탈레반에 대항한 항전 세력이 집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정부군에 군벌까지 힘을 보탰다.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32)도 판지시르에 있다며 "우리는 소련에 맞섰으며 탈레반에도 저항할 수 있다"고 항전 결심을 밝혔다.
우즈베크족 군벌 출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도 판지시르로 1만명의 부대를 출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탈레반과 전투 과정에서 탈레반 대원 수백 명을 컨테이너에 가둬놓고 질식사시킨 혐의를 받는 등 인권 탄압으로도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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