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코로나 제로' 전략 시험대…英언론 "사회주의 은둔국"
델타 변이에 감염자 확산…뉴질랜드서는 봉쇄 지지 여론 높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청정국가로 꼽혔던 뉴질랜드가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미국 CNN 방송은 28일(현지시간) 델타 바이러스가 뉴질랜드의 '제로 코로나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17일 6개월여 만에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보고되자 전역에 모든 학교, 사무실, 기업의 문을 닫는 봉쇄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12일 동안 확인된 감염자가 500명을 넘었고 29일 발표된 일일 지역 감염자가 83명을 기록하며 우려를 키웠다.
신규 감염자의 상당수는 델타 변이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CNN은 뉴질랜드가 코로나19를 근절하려고 노력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최근 단 한 명의 신규 확진자 발생으로 봉쇄 조처를 시작했을 때 외부의 조롱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언론 타임스는 뉴질랜드를 가리켜 "신비한 사회주의 은둔국가"라고 칭했다.
또 다른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뉴질랜드가 한때 환영받던 나라에서 '고립된 디스토피아'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뉴질랜드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한 조치를 고집한다는 비아냥으로 들린다.
CNN은 영국 언론의 이런 반응이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처법에 대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을 넘기고 장기화하면서 코로나19를 아예 없애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국가가 늘었다.
영국은 지난 7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모임 제한 등 기존의 방역 규제를 해제했다.
그 한 달 전인 6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4차 유행에도 이동 제한이나 봉쇄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배제한 '위드(With) 코로나'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또 덴마크는 지난 27일 코로나19가 자국에서 더는 중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밝히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제한 조치를 내달 10일 사실상 모두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마그누스 헤우니케 덴마크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가 통제되고 있다며 자국에서 12세 이상 인구의 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뉴질랜드의 이웃국가인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도 최근 코로나19를 영원히 없애려는 전략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하며 코로나19와 공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당장 다른 국가처럼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전략을 짜지 않을 것으로 CNN은 내다봤다.
뉴질랜드가 코로나19로 관광산업 등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고 국민의 이동도 제한을 많이 받지만, 봉쇄령을 찬성하는 여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민의 84%가 코로나19 봉쇄 조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여성 안나 로빈슨(32) 씨는 "봉쇄는 사회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치르는 아주 작은 희생과 같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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