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테이퍼링 공식화한 파월…'긴축발작'은 없었다

입력 2021-08-28 03:13
연내 테이퍼링 공식화한 파월…'긴축발작'은 없었다

고용·델타변이 변수에 여지 남기고 '금리인상 멀었다' 시장 안심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시장의 이목이 쏠렸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공식화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 면모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 내 소수 의견인 '내년 연기론'을 지지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향후 경제 지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이다.

특히 테이퍼링과 무관하게 제로금리 유지 의사를 재확인한 그의 언급에 시장은 '발작' 대신 '랠리'로 화답했다.

우선 시장이 가장 주목하던 테이퍼링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시행 중인 두 개의 비상 수단 중에서 한 발을 빼는 셈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했다.

작년 봄 코로나19 사태 후 연준은 경기 회복을 돕고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매달 1천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장기 금리도 억제해왔다.

이러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은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연설 직전 발표된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0년 만의 최대폭인 3.6% 오르는 등 각종 물가지표가 목표치인 2%를 크게 넘어서고 집값도 급등하면서 채권 매입을 서둘러 줄이라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날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이 조기 테이퍼링 착수를 공개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연내 테이퍼링 시작에 원론적으로 동의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과 일정표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이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11월 전까지는 실행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파월 의장이 고용과 델타 변이의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델타 변이가 경제, 특히 고용 회복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테이퍼링 스케줄이 밀릴 가능성을 남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적 태도를 잘 보여준 것은 금리 인상까지 '한참 남았다'는 메시지다.

그는 테이퍼링이 기준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신호는 아니라면서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 중 '최대 고용' 목표 달성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일자리 수는 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600만개 모자란 상태로, 현재 실업률 5.4%도 지난해 2월 3.5%보다 훨씬 높다.

과열 양상인 물가상승률 역시 머지않아 사라질 '일시적 현상'이라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이처럼 조심스러운 파월 의장의 접근법에 '긴축 발작'(Taper Tantrum)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013년에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예고로 달러화와 국채 금리, 신흥국 주가 등이 폭락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파월 의장의 연설 후 오히려 1% 안팎 상승하며 8년 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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