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중국 '공동부유'와 명문학군 주택 '쉐취팡'

입력 2021-08-28 07:07
[특파원 시선] 중국 '공동부유'와 명문학군 주택 '쉐취팡'

'미친 집값'에 교육 공정성 지적…"해결 없이는 공동부유 불가능"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한국 영화 '베테랑'의 중국 리메이크작인 2019년작 '대인물'("大"人物)에는 원작과 달리 중국의 사회 문제를 반영한 부분이 나온다. '쉐취팡'(學區房), 즉 명문 학교 근처의 주택이다.

주인공인 경찰은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쉐취팡'을 꿈꾸지만, 돈이 없어 못 사는 것으로 그려진다.

몇 달 전 중국에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샤오셔더'(小舍得)에서는 초등학생 딸을 둔 부부가 아이를 명문 중학교에 보내려고 가까스로 돈을 모아 쉐취팡을 산다. 하지만 선발 제도가 갑자기 바뀌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입시 경쟁이 심한 중국에서 쉐취팡은 높은 수요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교육 불평등 심화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베이징에서는 몇 년 전 시청(西城)구의 후통(胡同·오래된 골목)에 있는 불과 11.4㎡(3평 남짓) 넓이의 낡은 집이 530만 위안(약 9억5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격은 1㎡당 46만 위안(8천300만원)으로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결국 지난 3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까지 쉐취팡 문제를 언급했다. 시 주석은 "교육의 공정성 문제다.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베이징에서도 이 문제는 두드러진다. 그래서 쉐취팡 가격이 많이 부풀려졌고 다들 좋은 학군으로 몰려든다"고 말했다.



쉐취팡 규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0개 넘는 도시가 관련 조치를 내놨고 그에 따라 가격 하락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베이징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쉐취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9월 신학기에 대규모의 교사 순환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둥청구와 미윈구에서 시범 운영하고 이후 다른 6개 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사의 이동으로 '우수 학교'나 '명문 학교'라는 개념이 흐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선전시도 지난 1일 교육 불공평을 해결하기 위한 새 조례 초안을 발표했다. 이제까지는 한 아파트에서 특정 초등학교나 중학교 1곳으로만 진학했으나 앞으로는 학군 범위를 넓혀 한 아파트에서 2∼3개 학교를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사 순환 근무제도 도입된다.

이런 '쉐치팡 때리기'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고 교육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최근 시 주석이 새롭게 기치로 내건 '공동 부유'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7일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 부유의 목표 실현을 위해 분배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연임 제한을 철폐하고 내년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배에 새로운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부동산 거품 속에 빈부 격차가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보다 심해진 상황이다.

일부 누리꾼은 "쉐취팡 문제를 잡지 않으면 어떻게 공동부유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한다.

공공자원인 교육은 공평하게 분배돼야 하며 이는 공동부유의 일부라는 의견도 공감을 받고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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