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시대 다시 열리나…"9·11 같은 국면 조성될 수도"

입력 2021-08-27 15:45
수정 2021-08-27 16:51
테러의 시대 다시 열리나…"9·11 같은 국면 조성될 수도"

미국 전 주아프간 대사 '아프간 사태 여파' 진단

"아프간 테러 온상 된다…전세계 극단주의 벌써 환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아프가니스탄 대혼란을 계기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들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라이언 크로커 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아프간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프간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커 전 대사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미국의 아프간 철군 선언과 그 과정에서 세계 전역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사기가 엄청나게 앙양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진단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가 미군과 아프간 탈출인파를 표적으로 자폭 테러를 일으킨 뒤에 나왔다.

기세가 오를 대표적 극단주의 조직으로는 아프간 내부나 주변에 있는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 IS, 파키스탄 탈레반 등이 지목됐다.

크로커 전 대사는 2002∼2003년, 2011∼2012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주아프간 미국 대사를 지내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는 아프간이 이날 카불 공항 테러와 유사한 만행을 저지를 테러 집단을 양성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로커 전 대사는 "문제는 탈레반이 지금 아프간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아프간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그런 종류의 행동(테러)과 그런 종류의 인간들(테러집단)이 다시 찾아와 안착할 온상이 되는 것"이라며 "9·11 테러도 그렇게 불거졌는데 우리가 지금 그와 똑같은 국면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에 있던 알카에다는 2001년 9월 11일 여객기 4대를 납치해 자폭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국방부 건물 등을 공격한 바 있다.

크로커 전 대사는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이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행보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주목하기도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아프간 철수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대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탈레반이 다른 집단의 조직원들을 거의 돕지 않더라도 이들의 승리 때문에 다른 집단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주변을 넘어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 니제르 등 아프리카 사헬 지대에서 극단주의 테러가 탄력을 받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아프리카에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들이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테러에 더 대담해졌다고 보도했다.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지난주에만 4차례에 걸쳐 개별적인 테러가 발생해 무려 200여명이 살해됐다.

이들 테러는 알카에다나 IS에 충성하는 현지 세력들의 소행이며 이들의 잔학행위가 거세지면서 피란민들이 급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전 세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모두 환호할 것"이라며 미국의 아프간 철군을 비판했다.

더타임스는 소말리아, 모잠비크, 민주콩고 등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 있는 테러단체들이 마약유통로를 통해 미국이 아프간에 버리고 간 무기들을 입수할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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