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카불 자폭테러에 100여명 사망…바이든, 군사 보복 천명(종합2보)
공항 대피 인파 공격…"미군 13명·탈레반 28명 등 숨져"
"부상자 1천300명 이상"…미국, 시한 내 작전 계속키로
국제사회 충격…탈레반은 책임 회피 주력
(뉴델리·워싱턴·테헤란·서울=연합뉴스) 김영현 류지복 이승민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 외곽에서 26일(현지시간) 대형 폭탄 테러로 10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외국인, 서방 조력자, 일반 시민 등 '필사의 탈출'에 나선 수천 명과 이를 통제하려는 미군과 탈레반으로 혼잡이 빚어진 현장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국제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특히 미국은 테러 배후로 알려진 이슬람국가(IS)를 군사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상 국가를 표방하며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던 탈레반으로서도 대형 악재를 만났다.
◇ 두 차례 폭발 그리고 총기 난사
외신들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남동쪽 애비 게이트와 거기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차례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애비 게이트는 미국과 서방국들이 대피에 나선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공항에 들여보내기 위해 검사하는 곳이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해 애비 게이트에 접근한 괴한의 자폭테러 뒤 무장 괴한들의 총기 난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뒤이어 자폭테러 공격을 받은 배런 호텔은 아프간 대피자들이 공항으로 가기 전에 집결해 묵던 대기소였다.
빌 어번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번 연쇄 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해 군용기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탈레반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사망자 가운데 최소 28명의 우리 대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총사망자 수가 1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고, 신화통신은 지역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103명 이상이 숨졌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아프간 보건부 관계자를 인용해 부상자 수가 1천300명을 넘는다고 보도했다.
◇ IS 배후 자처…추가 테러도 우려
국제테러단체로 악명 높은 IS는 선전매체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공격의 주체라고 주장했다.
IS는 조직원이 모든 보안시설을 뚫고 미군에 5m 이내까지 접근해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보당국도 이를 사실로 보며 이번 공격을 IS의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 정보기관들은 카불 공항을 겨냥한 IS의 테러 가능성을 최근 부쩍 경계해왔다.
IS는 시리아, 이라크에서 패퇴한 뒤 아프간으로 거점을 옮겨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이다.
서방국들은 IS가 탈레반과의 경쟁에서 밀려 아프간 내 입지가 줄자 존재감 회복을 위해 카불 공항을 노릴 것으로 우려해왔다.
추가 테러도 우려된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 사령관은 "공항을 겨냥한 로켓 공격, 차량 폭탄 공격 등 IS에 의한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바이든 대통령 "아프간 내 IS 타격" 지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군에 아프간 내 IS 지도부와 시설을 타격할 작전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군사 보복 방침을 밝혔다.
서방의 대피 작전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카불공항을 경비, 운영하며 대피 작전을 주도하는 미군을 오는 31일까지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테러에도 불구하고 시한까지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2주 동안 대피 작전을 통해 아프간을 떠난 인원은 10만4천명 정도로 집계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이날 테러 소식과 함께 대피작전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테러를 규탄하며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30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했다.
◇ 탈레반은 책임 회피…美군사보복 가능성에 '9·11 데자뷔'
탈레반은 책임 회피에 주력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카불 공항의 미군 통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정상적 정권을 자처하며 카불 공항 근처 치안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오다가 이번 테러는 자신들의 통제권 밖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IS에 대한 군사 보복을 감행할 경우 탈레반의 새 정부 구성 등 향후 행보에 상당한 타격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미군 철수만 기다려온 탈레반은 향후 아프간을 완전히 자신들의 세상으로 구축하면서 국제사회와 교류 확대 등의 계획을 추진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이미 미국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난 경험이 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범행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번에도 IS-K를 옹호하거나 자국 내 미국 공습에 반발했다가는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탈레반에는 걱정스러운 데자뷔(기시감)인 것이다.
탈레반은 IS와 같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지만 IS보다는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IS는 시아파에 대한 대응, 미국과 협상 등을 놓고 탈레반을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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