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원, 대법관 탄핵 요구 거부…대통령, 고립 심화
대통령, 전자투표 폐지 반대한 다른 대법관 탄핵 요구는 철회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현직 대법관 탄핵을 요구했으나 상원에서 거부되면서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 셈이 됐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호드리구 파셰쿠 상원의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주 상원에 보낸 대법관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에 대한 탄핵 요구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파셰쿠 의장은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점에서 모라이스 대법관 탄핵 절차를 개시할 최소한의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루이스 푹스 대법원장은 파셰쿠 의장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모라이스 대법관 탄핵 요구는 사법부에 대한 위협"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가짜뉴스 유포 행위 조사 대상에 올렸고, 연방경찰을 동원해 소셜미디어(SNS)에서 야권 정치인들을 공격하고 민주적 질서를 위협한 대통령 측근인 전직 하원의원을 전격 체포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연방경찰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0일 모라이스 대법관 탄핵 요구서를 상원에 보냈다.
브라질에서 대통령이 대법관 탄핵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폐지에 반대한 대법관 루이스 호베르투 바호주 에 대한 탄핵도 요구하려다 철회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때문에 2014년과 2018년 대선 결과가 왜곡됐다며 검표가 가능한 투표용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자투표 폐지·투표용지 사용' 개헌안이 지난 10일 하원에서 부결된 뒤에도 바호주 대법관을 겨냥한 공격적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내년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법관에 대한 탄핵 요구 논란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고립이 더 심화할 것이며, 그럴수록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노려 강경 행태를 계속하면서 정국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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