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는건 좀 아니겠죠?"…금리인상에 움츠러드는 실수요자들
대출조이기에 이자부담까지 늘면서 관망세 전환 전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금리도 인상된 마당에 청약 포기하고 집을 사는 건 좀 아니겠죠?"
26일 한국은행이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국내 최대의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당장 공급이 가뭄이지만, 재건축이 활성화하고 역세권 고밀개발이 되면 물량이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요? 전세금 인상만 잘 버텨낸다면 결국 청약이 서울에서 신축 (아파트를) 장만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앞둔 다른 글쓴이는 "변동금리 연 2.8%, 고정금리 연 3.3% 중에서 고민 중이었는데, (방금) 변동금리 연 3.2%라는 문자가 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글쓴이는 "금리 0.25%포인트 올려도 사실 대출이자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그래도 빚부터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투자가 망설여진다"고 썼다.
부동산 규제와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최근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9조7천억원 급증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당국은 금융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이 대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이 더해지면서 가뜩이나 관망세였던 주택 매수세가 더욱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아파트 매매는 1월 5천796건, 2월 3천874건, 3월 3천789건, 4월 3천666건, 5월 4천896건, 6월 3천937건, 7월 4천534건, 8월 1천149건을 기록 중이다.
이달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난달도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달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 추이(5천838건→4천479건→5천147건→5천714건→6천20건→5천477건→4천680건→1천489건)도 아파트와 비슷한 상황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지만, 추가 인상 우려까지 고려하면 실수요자들도 주택 매수를 관망할 수 있다"며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까지 삼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7월부터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 강화된 대출 규제와 더불어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매수세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전반적으로 거래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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