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HO에 미군 실험실 코로나 기원 조사 정식 요구
왕이 "미국, 자국 방역 실패 책임 떠넘기려 중국 비방"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미군 실험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환구시보는 천쉬(陳旭) 제네바 주재 중국 대표부 대사가 지난 24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실험실 바이러스 누출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못한다면 공평과 공정의 원칙에 따라 미군 기지 포트 데트릭의 실험실에 대한 조사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천 대사는 포트 데트릭 외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실험실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포트 데트릭과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대한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정식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천 대사는 WHO에 중국 누리꾼 2천500만명이 참여한 포트 데트릭 실험실 조사 청원도 함께 보냈다.
그는 미국 정보당국이 3개월 동안 진행한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최근 마무리한 시점에 미 데트릭 기지 실험실 조사를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의 구체적 기원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정보당국 조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보고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앞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바이러스가 감염된 동물에서 유래했는지, 실험실 사고로 발생했는지 정보 당국의 분석이 엇갈린다면서 기원을 추가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천 대사는 서한에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바이러스 유출로 코로나19가 인간에 전파됐다는 가설은 매우 가능성이 작다"는 중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날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이 WHO에 보낸 서한을 언급하며 포트 데트릭의 미 육군 전염병 연구소는 미국 생물 무기 프로그램의 중심이었으며 2019년 안전사고로 폐쇄된 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와 증세가 비슷한 병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실험실에서도 2015년 8월 이후 6건 이상의 바이러스 유출 사고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서와 관련 "바이든 정부는 실망하겠지만 이 문제로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 기원 문제를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적 도구로 계속 사용할 것이며 향후 중미 양국은 이 문제로 여전히 씨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바이러스 기원 논쟁에 대해 "미국과의 오랜 싸움을 중요시해야 한다. 마라톤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적인 여론전을 강조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에티오피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 정보기관이 코로나19 기원 보고서를 꾸며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국내 방역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며 중국을 비방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정치화하는 계략에 분명히 반대하고 국제적인 방역 협력을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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