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버려진 반려동물은 어쩌나…탈출까지 가시밭길
현지 동물구조 단체, 200여 마리 탈출 시도
탈레반 감시·비행기 삯 폭등에 첩첩산중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비행기를 타고 탈출한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와요. 집에 두고온 반려동물을 구해달라고. 이미 저희 단체는 포화 상태가 됐습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필사의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행기에 함께 타지 못한 반려동물이 속출하고 있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동물은 탈출 시한인 오는 31일까지 갈 곳을 찾지 못하면 그대로 유기 동물 신세가 된다.
현지 동물보호 단체인 '카불 작은 동물 구조'(Kabul Small Animal Rescue)가 이들 동물을 구조하려고 발벗고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 단체 대표이자 미국인 활동가인 샬럿 맥스웰-존스는 "이미 아프간을 떠났거나, 떠나려고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구해달라고 전화를 걸어온다"면서 "우리는 현재 다소 포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을 탈출하는 비행기에 동물은 못태우게 돼있어 수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두고 가야 한다"면서 여기에다 현지 단체가 맡기고 가는 동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은 이들 동물이 유기된 구역까지 들어가는 일이다.
탈레반은 이 단체에 일단 진입을 허락한 상황이지만 수시로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린다고 활동가들은 토로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 시한인 이달 31일까지 이 단체 활동가들도 아프간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샬럿은 "현재 가까스로 감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31일이 지나면 모든 상황이 백지로 돌아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단 동물을 데려왔다고 해도 이들을 태울 비행기를 구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이 단체가 현재 돌보고 있는 동물은 개 120마리, 고양이 100마리 정도로, 사료를 구하기도 벅찬 상황에 비행기 삯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르단으로 가는 화물용 비행기 삯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30만 달러(3억5천만원)에서 24일 현재 80만 달러(9억3천만원)로 치솟았다.
샬럿은 활동가들과 그 가족, 동물 200여 마리를 대피시키는 데 적어도 15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단체에 이날 현재까지 도착한 성금은 70만 달러다.
또 제3국에서 동물 반입을 허가받을 수 있을지, 활동가들이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등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31일이 지나면 항공편이 어떻게 될지, 이 나라를 누구라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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