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25%p 오르면 이자 3조↑…가계대출·집값 진정은 '글쎄'(종합)
1천705조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73%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성서호 한혜원 기자 = 한국은행이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사상 최저 기준금리(0.5%) 행진을 멈추고 0.25%포인트(p) 인상에 나서면서 경제와 금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선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져 70%가 넘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의 근거로 내세운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이른바 '금융 불균형' 문제의 경우, 0.25%의 금리 차이만으로 당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1년새 1%p 오른 은행 대출금리, 상승 속도 빨라진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으로,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3∼5월 한은이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1.25→0.50%)나 크게 낮추자 같은 해 7월께 은행권에서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지만, 이후 약 1년새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 등으로 이미 은행 대출금리도 많이 뛴 상태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금융당국과 개별 은행의 우대금리 축소 등의 조치도 금리를 끌어올려왔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 수준으로, 작년 7월 말(1.99∼3.51%)과 비교해 약 1년 사이 하단이 0.97%포인트나 높아졌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연 2.62∼4.13%) 최저 수준도 작년 7월 말(2.25∼3.96%)보다 0.37%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뿐 아니라 최근 더 심해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력까지 겹쳐 이런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이날 올랐다고 당장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내일부터 그만큼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각 대출 상품마다 따르는 지표금리가 달라 기준금리 인상이 즉시,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주로 국내 은행의 '조달 자금 가중평균금리'격인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예금) 금리가 오르더라도 코픽스 구성 요소 중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다른 금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상승 시기와 폭은 달라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신(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반영되는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감안해 수신 금리도 인상할 예정"이라면서도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계대출 1천705조…금리 0.25%p만 올라도 이자 3조1천억원↑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06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천705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지난 6월 기준으로 예금은행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2.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6년 9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0.25%p)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988억원(1천705조원×72.7%×0.25%)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앞서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천억원,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천억원 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추산은 작년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잔액(1천630조2천억원), 자영업자 대출 규모(777조원), 72% 변동금리 비중을 적용한 결과로, 최신 가계신용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커진다.
◇ "부동산 투자…0.25%p로 위축되지 않아", "추가 인상 '경고'로서 의미"
이처럼 이자 부담은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띄게 꺾일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대출에는 레버리지(차입 투자) 수요뿐 아니라 생활고나 가게 운영자금 등 불가피한 자금 수요도 많은데다, 투자 수요에서조차 미래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기대분이 0.25%포인트의 추가이자 부담보다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때문인데,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을 투자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투자가 0.25%포인트의 이자 차이로 위축되지 않는 것처럼, 부동산 투자도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증가세가 잡힐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 등 경제주체들에 '초저금리 시대가 끝났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금리를 한번 올려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가계부채가 줄어드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즉각적 반응보다는 일단 워닝(경고)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도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출 증가세가 멈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증가 속도가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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