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선거제 공격 배후에 '옛 트럼프 책사' 배넌 의혹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디지털 민병대' 멘토 역할 의혹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대통령이 내년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였던 극우 인사 스티브 배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다수의 브라질 매체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경찰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자투표 폐지와 투표용지 사용을 주장하면서 선거제도를 줄기차게 공격하는 배후에 배넌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배넌은 그동안 브라질의 선거제도를 비판하고 내년 대선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연방경찰은 배넌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를 위한 멘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민병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거의 날마다 쏟아내는 극우 성향의 발언들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뜨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배넌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가족들과 가까우며, 특히 대통령의 셋째 아들이자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에두아르두 하원의원과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에두아르두 의원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이상한 일이 내년 브라질 대선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보우소나루의 대선 불복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때문에 2014년과 2018년 대선 결과가 왜곡됐다며 검표가 가능한 투표용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투표 폐지·투표용지 사용' 개헌안이 지난 10일 하원에서 부결된 뒤에도 선거제도에 대한 공격적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이 어려워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 결과 불복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1월 초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유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브라질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