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에 그리스 휴가 즐긴 영 외무장관 "일찍 돌아왔어야"

입력 2021-08-26 01:55
수정 2021-08-26 11:22
아프간 사태에 그리스 휴가 즐긴 영 외무장관 "일찍 돌아왔어야"

"탈레반의 국경폐쇄 시도 실패할 것…미국과 특수관계 안 끝나"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긴박하게 전개되는데도 그리스 휴양지에 머물렀다가 질타를 당한 영국 외무장관이 뒤늦게 후회했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BBC,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돌이켜보면 일찍 돌아왔어야 했다. 아예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프간 사태가 터졌는데도 해변에서 늘어졌다거나 탈레반이 카불을 재장악하는 날 바다에서 종일 패들보드를 탔다는 보도는 구구절절 부인했다. 숙소에서 긴급회의 등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또 총리실에서 13일 금요일에 돌아와야 한다고 했는데도 일요일 저녁까지 머물렀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직접 언급을 거부했다.

라브 장관은 휴가를 즐기느라 아프간 외무장관에게 통역사 구조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 통화를 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의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이 거세게 쏟아져나왔다.

미국을 따라 아프간에 군대를 보내고 개입한 영국은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글로벌 영국'을 외치지만 미국 없이 아프간에서 단독으로 행동할 수 없는 처지이고 탈레반 장악 속도를 예상치 못하는 등 정보력도 특별하지 않다는 점에 뼈아파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보였어야 할 외무장관이 휴가라며 보이지 않자 다들 심기가 불편했다. 그래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면서 라브 장관은 일단 위기는 넘긴 모양새다.

라브 장관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몇 군데 길을 막는다고 해서 난민 위기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레반이 국경 폐쇄로 아프간을 외부와 단절시키려는 노력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구출 작전은 전속력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약 2천 명을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영국군은 총 1만291명을 대피시켰고 이 중엔 대사관 직원 341명, 영국인 2천570명, 정부 재정착 프로그램에 자격이 되는 아프간인 6천308명 등이 포함돼있다고 BBC는 전했다.

라브 장관은 영국군이 8월 31일까지 철수한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제공하지 않았다.

영국군 1천 명이 철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민간인 구조는 더 일찍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라브 장관은 미국이 군 주둔 시한 연장을 거부했지만, 양국 간 '특수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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