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한 '소녀 로봇팀' 멕시코 안착…"꿈을 지켜줘 감사"
팀원 중 5명 도착…NYT 기자 등 언론인과 가족 124명도 멕시코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후 고국을 탈출한 아프간의 소녀 로봇공학자들이 멕시코에 도착했다.
로봇공학팀의 팀원 5명은 24일(현지시간) 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아프간에 남은 가족들에게 보복이 가해질 것을 우려해 신원을 숨긴 채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우리 목숨만 지켜준 것이 아니라 꿈도 지켜줬다"며 멕시코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탈레반 때문에 우리 이야기가 슬프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성취를 거둘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항에 나가 소녀들을 환영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여기를 집으로 여기라고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간 드리머스(dreamers)'로 불리는 로봇공학팀은 20여 명의 여학생들로만 이뤄졌다.
2017년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 로봇 경진대회가 열렸을 때 비자가 나오지 않아 참가가 무산될 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나서서 미국행이 성사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회를 포함한 여러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고, 지난해에는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저가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들 5명에게 180일의 인도주의 비자를 내줬다. 180일 후엔 갱신이나 비자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
25일엔 아프간 언론 종사자들과 가족 124명도 멕시코에 도착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소속으로 일하던 아프간인들도 포함됐다.
NYT는 이날 긴박하게 이뤄졌던 자사 기자들의 멕시코행 경위를 소개하며 "미국 정부와 다르게 멕시코는 이민제도의 형식적 절차를 생략해 아프간인들이 즉시 카불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등 다른 곳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살펴보는 동안 멕시코에서 임시 보호를 받는다고 NYT는 전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보도를 위해 목숨을 걸고, 표현의 자유 수호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라며 언론인들을 환영했다.
mihye@yna.co.kr
아프간 탈출 소녀 로봇팀 "목숨뿐 아니라 꿈을 지켜줬다"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