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청바지 입은 행인에 매질…부르카 가격 급등
텔레그래프 보도…"이슬람 복장 아니라는 이유로 구타·위협"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길거리에서 청바지 차림의 행인에게 '서구식 옷차림을 입었다'면서 매질을 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탈레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행인을 상대로 몽둥이 등을 휘두르는 장면이 속속 게시됐다.
'청바지 차림은 이슬람 복장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에게 매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프간 청년들도 페이스북에 등장했다고 한다.
이들 청년은 친구들과 카불 거리를 걸어가던 중 탈레반 조직원과 마주쳤으며, 일행 중 2명은 도망쳤으나 나머지는 구타, 매질, 총구 위협 등을 당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탈레반은 남성 복장과 관련한 결정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카불에서는 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복장인 부르카 수요가 치솟으면서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오른 것으로 텔래그래프는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 철수가 본격화하면서 아프간을 휩쓸기 시작해 지난 15일에는 수도 카불까지 점령하고 2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잡았다.
탈레반은 평화, 용서, 여성 존중 등을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수많은 여성 근로자가 실직했으며, 대신 남성 친인척이 자리를 채우도록 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카불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한 여성은 "지난 22일 탈레반이 전직원을 소집하더니 그중 여성만 해고했다"면서 "여성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더라"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기 전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에도 비슷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실제로 이 여성은 "1990년대에도 그들은 이런 일을 되풀이했다"면서 "안보를 명분으로 사회에서 여성의 모습을 지웠는데, 이번과 다를 게 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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