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공화당 주정부 '투표권 제한'에 대응 법안 통과시켜
텍사스·애리조나 등서 유색인종 투표 어렵게 하는 조치 추진
민주당 "반민주주의적" 반발…'투표권 증진법'으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 미 하원이 대법원에 의해 약화된 1965년 투표권법의 여러 보호조치를 되살리는 내용의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이 법이 최종 통과하면 애리조나나 텍사스 등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투표권 제한 조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상원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The John Lewis Voting Rights Advancement Act)을 찬성 219표 대 반대 212표로 승인했다.
공화당 의원 중에서는 단 한 표의 찬성표도 나오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의 법안 통과가 "성스러운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며, 상원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해 별세한 민권 운동가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1965년 투표권법의 핵심 보호조치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에서는 1964년 흑백 차별을 금지한 민권법에 이어 1965년 인종이나 피부색을 근거로 투표에 차별을 둘 수 없도록 한 투표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2013년 투표권법 조항 가운데 주 정부가 선거법 개정 시 연방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부분이 위헌이라고 판정한 뒤 여러 주에서 수년간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급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사기를 주장하면서 공화당은 미 전역의 30여 개 주(州)에서 유권자 투표권을 제한하는 새 법률을 제정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뉴욕대 브레넌정의센터에 따르면 올해도 현재까지 최소 18개 주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민주당은 투표를 제한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는 투표 시간을 새벽으로 앞당기는 것을 제한하거나, 우편투표 시 새로운 신원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입법을 추진 중이다.
흑인 등 유색인종이 투표를 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지난 7월 애리조나주의 투표권 제한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같은 조치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공화당 등 투표권 제한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선거 사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민주당 후보에 투표할 가능성이 큰 소수인종 등이 투표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치라고 반발해왔다.
민주당 출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같은 투표권 제한이 "위험하고 반민주적이다"라며 하원이 반드시 이에 대응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은 법원 판결에 의해 가로막힌 조항들을 개정 형식으로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주 정부가 선거법 개정 시 연방 정부 법무부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이를 새 법안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각 주의 투표 관련 법안의 새로운 변화를 감시할 수 있도록 '사전 승인'(preclearance)으로 알려진 의무 검토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화당 상원의원 중 법안 지지 의사를 나타낸 이는 1명에 불과하다.
현재 의석 구조상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명의 공화당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앞서 보다 포괄적인 투표 개혁 법안이 올해 하원을 통과했지만 역시 지난 6월 상원에서 공화당의 벽에 가로막힌 적이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투표 관련 규정은 주 정부의 권한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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