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피 놓고 갈라진 G7…"바이든이 상처에 소금 뿌려"(종합2보)

입력 2021-08-25 07:20
수정 2021-08-25 11:54
아프간 대피 놓고 갈라진 G7…"바이든이 상처에 소금 뿌려"(종합2보)

영·프 대피시한 연장 요구했지만 바이든에게 가로막혀



(워싱턴·파리=연합뉴스) 류지복 현혜란 특파원 = 주요 7개국(G7) 정상이 24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 등의 대피 시한 연장 문제를 논의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연장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31일 철수 시한을 고수한 데 따른 것으로, 아프간 사태로 불거진 미국과 서방 선진국 간 균열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G7 회원국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그간 자국민과 아프간전에 협력한 현지인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나라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7 회의 전부터 더 많은 사람이 탈출할 수 있도록 시한을 미룰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시한 연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고집에 막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1일까지 대피 종료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를 위해 탈레반의 계속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 시한 연장이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 관계부처에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했다는 점도 설명했지만 방점은 시한 준수에 있었다.

이렇다 보니 G7 성명에선 당면한 우선순위가 안전한 대피 보장이고 긴밀히 조율한다는 정도의 입장밖에 담기지 못했다.



각국도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인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 후 "미국이 여기에서 지도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고, 프랑스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결정에 맞출 것이라면서 "이것은 미국의 수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결과를 두고서는 대피 시한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마찰이 빚어졌다거나 미국과 유럽 지도자 사이의 균열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G7의 유럽 국가들은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간전에 자국 군대를 파견해 힘을 보탰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아프간전 종식 목표를 제시하며 미군 철수를 결정했을 때도 외견상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철군 과정에서 탈레반의 예상치 못한 아프간 장악, 대피 과정의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자 국제연합군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자국민 등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철수 시한을 연장하자는 요청조차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AP 통신은 "첨예하게 분열된 G7 지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을 놓고 충돌했다"며 바이든을 설득할 수 없다는 뚜렷한 실망감, '결정은 미국이 한다'는 체념 섞인 인정이 있었다고 이날 회의를 묘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이미 균열된 관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며 바이든이 아프간 철수 처리 과정에서 생긴 손상을 인정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동댕이쳤다고 지적했다.

다만 G7 정상은 성명에서 "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며 테러 방지, 여성 인권 보장 등을 강조한 뒤 "향후 아프간 정부의 정당성은 (탈레반이) 국제적인 의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재 취하는 접근 방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합법성 인정 문제 등을 고리로 앞으로 G7 국가가 협력해 탈레반을 압박하자는 접근법에는 동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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