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통치 12인회 결성 예정…멤버엔 범죄자·테러범"
포린폴리시 보도…좌장은 탈레반 창설자·군부
'포용정부' 구색…"말잘듣는 전 정부 인사도 포함"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지도부가 이른바 '12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23일(현지시간) 아프간 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할 12인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회에서 가장 강력한 인사 3명은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물라 무함마드 야쿠브, 칼릴 하카니이고 이들은 모두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통한다.
탈레반 창설자 중 한 명인 바라다르는 탈레반의 실질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작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탈레반 협상단을 이끄는 등 대외활동을 활발히 펼쳤고 지난 17일 아프간에 입국한 뒤 새 정부 구성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야쿠브는 탈레반 창설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다.
30대 초반으로 알려진 야쿠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최고 지도자 후보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카니는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1990년대 후반부터 탈레반과 손을 잡은 뒤 여러 테러를 배후에서 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카니는 미국과 유엔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모두 올라있다.
포린폴리시는 12인 위원회에 탈레반 간부뿐 아니라 아프간 전 정부 인사 중 탈레반에 순종적인 이들도 포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탈레반 지도부는 반(反)탈레반 인사까지 포함하면서 가능한 포괄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것처럼 비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해 20년 만에 재집권한 뒤 사면령을 포함한 유화적 메시지를 발표하고 새 정부도 포괄적으로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파키스탄 언론 APP 등에 따르면 탈레반 간부 모울비 아미르 칸 무타키는 23일 카불에서 열린 지도자 회의에서 "우리는 포용적인 정부를 세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정식 국호)는 모든 정치 세력과 민족을 대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언급은 탈레반이 과거 집권했을 때처럼 공포정치를 펴고 여성 인권을 다시 탄압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탈레반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피란민의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공항을 통제해 사상자를 내는 등 유혈사태를 빚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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