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11일 만에 나온 이재용의 투자 결단…"국익 기대"에 반응
총수 부재로 밀렸던 투자 결정 서두르고, '경제 기여' 기대 고려한 듯
삼성 3년간 국내 180조원 투자…포스트 코로나 이후 미래 변화 대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앞으로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삼성의 24일 대규모 투자 발표는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열하루 만에 나왔다.
가석방을 둘러싼 일각의 반대 목소리와 재벌 특혜 논란 속에서도 정부는 '국가적 경제 상황'과 '국익'을 이유로 들어 가석방을 단행했는데, 이 같은 사회적 기대에 곧바로 화답한 것이다.
특히 신규 투자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 투입한다거나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앞으로 3년간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결정은 국내 경제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은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미래 산업과 국제 질서, 사회구조 대변혁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이달 13일 가석방 출소 된 이후 재계에서는 조만간 삼성이 대규모 투자 발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TSMC와 인텔 등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투자와 인수합병 등 주요 결정이 지연돼온 까닭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기준 유동자산은 191조원, 이중 현금성 자산은 95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 출소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에 대한 정·재계의 기대도 남달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출소 당일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위기론이 부상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 생산시설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삼성 총수인 이 부회장에 대한 역할과 사회적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출소한 이 부회장은 이달 13일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주요 경영진을 만나고, 이번 투자·고용안이 발표되기 전 삼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며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우선 '고용 절벽' 우려 속에서 채용의 문을 넓히기로 했다.
삼성은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통상적인 채용 계획상 고용 규모는 3만명이지만, 첨단산업 위주로 고용을 늘린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대규모 투자로 56만 개 일자리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4대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삼성은 이번 발표를 통해 앞으로도 공채 제도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국내에서 공채 제도를 처음 시작한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은 향후 3년간 신규 투자금 240조원 중 절반 이상인 180조원을 국내에 투입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 매출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국내외 '비상 상황'을 고려해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 투자는 삼성에게 사실상 '생존 전략'이다.
특히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파운드리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 절대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사실상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모하는 백신 등 바이오산업에도 투자를 집중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로 '바이오 주권'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면서 자국 내 바이오 생산시설 존재 여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삼고, 모더나를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자를 집중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이번 발표에서 대기업·종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하기 위해 연구개발 지원 확대와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우수협력사에 대한 안전·생산성 격려금 확대 등 상생안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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