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들어서자 '9·11 배후' 알카에다 재등장 우려
미군 철수전부터 아프간서 은신…탈레반과 혼인·전쟁 경험으로 연대
"아프간 거점 삼아 이슬람 극단 세력 소생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장악하자 알카에다의 테러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01년 9월11일 미국 공격을 자행했던 알카에다가 탈레반과는 상대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철수 결정 이전에도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협력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0일 알카에다가 여전히 아프간에서 암약하고 있으며 수십 년에 걸친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관계가 최근 몇 년간 강력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테러 조직 고위직을 지낸 크리스 코스타는 "알카에다로서는 지금이 기회라고 여길 것"이라며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에게는 소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를 지원했던 지난 20년 동안 세력을 잃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근시일 내에는 9·11 참사와 같은 테러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게다가 미국도 감시와 보호망을 확충해 방어력을 거의 요새 수준으로 높였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난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수뇌부가 여전히 무장 세력과 아프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탈레반이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혈연 등으로 엮여 여전히 유대가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도 20일 "아프간에서의 정보력이 떨어져 정확한 규모 파악은 어렵지만,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암약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알카에다와 달리 극단 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탈레반과는 과거 노선 투쟁으로 껄끄러운 관계다.
그러나 문제는 아프간이 미국 공격을 계획하는 테러 단체의 은신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미국이 방어력을 키워 현지 병력 없이도 테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아프간 철수로 이러한 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철군으로 조기 경보를 위한 첩보 입수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에 안보 위협이 증가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해킹을 시도하며 정보 능력을 떨어뜨리고, 이란의 핵 개발이나 미국 내 자생하는 테러의 위협도 증가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국내 자생 테러단체가 백인 우월주의를 포함한 극단적 인종주의자들과 결합해 2017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지타운대에서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브루스 호프만은 "현재 테러 조직은 훨씬 광대하고 정비가 잘 돼 있어 2001년과 비교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지난주 의회에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이 예상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알카에다는 9·11 테러 이후 국제적 테러 조직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현재는 IS가 더욱 위협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알카에다도 사라지지 않고 미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플로리다 군사 기지에서 미군 3명을 살해한 범인도 알카에다와 꾸준히 범행 계획을 상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9·11 테러와 유사한 공격을 계획하다 체포된 케냐인도 알카에다 연계 조직과 관련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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