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동우방 사우디, 러시아와 군사협력 강화 합의
바이든 정부 냉기류와 대조…러는 중동 영향력 확대 모색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중동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 국방차관 칼리드 빈 살만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늘 알렉산더 포민 러시아 국방부 차관과 양국 군사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또 빈 살만 차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군사·방위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며 지역 안정과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체결한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당장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우디와미국의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올해 1월 출범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와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추구해왔다.
특히 예멘전에서 아랍연합군을 주도해온 사우디로의 무기 판매에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달 초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적 관점보다 인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기수출정책을 변경할 계획이라며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 인근 걸프 국가에서 군전력을 일부 감축하는 일에 착수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밀착했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대한 제재,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에서 사우디 편을 들었고 사우디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에 열을 올렸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는 러시아가 중동에 영향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으로 중동에서 생긴 빈틈을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강대국들이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지난 5월 "중동이 강대국 간 격렬한 경쟁지"라며 러시아가 중동에서 방공 체계를 포함한 무기 판매를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