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재정난 겪은 고령 남성, 자살 충동 4배 높아져"

입력 2021-08-24 09:50
수정 2021-08-24 10:05
"2년 연속 재정난 겪은 고령 남성, 자살 충동 4배 높아져"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 재정 위기와 상관 관계 입증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노년 남성이 2년 연속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 자살 위험이 4배 이상 커지는 등 경제적 위기가 자살 충동과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 연구팀은 한국복지패널의 2012∼2018년 자료를 활용해 총 1만4천321명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1년 동안 돈이 없어 ▲ 전·월세 미납 또는 강제퇴거 ▲ 공과금 미납 ▲ 겨울철 난방 사용 못 함 ▲ 건강보험료 미납 또는 보험 급여 자격 상실 ▲ 가구원 중 신용불량자 존재 ▲ 의료서비스 이용 어려움 ▲ 균형 잡힌 식사의 어려움 이상 등 7개 요소 중에서 한 가지를 경험했다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 연령층에서 가계 재정의 곤란이 가중할수록 자살 생각이 강해졌고, 특히 65세 이상 남성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적 어려움 요소를 3개 이상 겪은 65세 이상은 20.2%가 자살 생각을 했지만 재정적 어려움이 없는 20∼49세 연령군은 1.2%만 자살 생각을 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65세 이상은 재정적 어려움 요소가 한 가지씩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23%, 남성은 39%씩 자살 생각이 증가했다.

재정적 어려움 요소를 3개 이상 겪은 65세 이상 남성은 자살 생각이 3배 증가했다. 이들이 2년 연속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 자살 생각이 4.2배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자살은 자살 생각, 우울증 등 정신·심리적 과정을 거치지만 물질적인 구조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제적 요인도 자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보건의료정책 또한 사회경제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 예방 정책 마련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정서장애'(Journal of Affective Disorder)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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