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매각 '난기류'…9월로 결정 또 미뤄져

입력 2021-08-24 06:13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매각 '난기류'…9월로 결정 또 미뤄져

26일 이사회에 '출구전략' 안건 상정 않기로

부분매각 협상 난항 속 '단계적 폐지'도 거론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씨티은행은 당초 이달 안에 소비자금융 부문의 전체 매각, 분리 매각, 단계적 폐지 중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 '출구전략 방향'을 확정짓겠다고 했으나, 9월로 결정이 또 미뤄졌다.

특히 신용카드, 자산관리(WM) 등 '알짜'로 평가받는 사업부에 대한 부분 매각 협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매각 불발 시 최후의 선택지인 '단계적 폐지'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전략 방향' 논의 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당초 씨티은행은 7월 중 출구전략 방향을 적어도 확정짓겠다고 했다가 8월로 한 달 연기했었는데, 또다시 결정이 미뤄진 것이다.

'출구전략 방향'을 정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그간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부문 인수의향서(LOI)를 내고 실사에 참여했던 복수의 금융사들과 매각 조건 등을 협의해 왔는데, 씨티은행과 인수의향사 상호 간에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인수의향자 측과의 협의는 '부분매각'에 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몇달간 실사 등을 거치며 씨티은행의 3가지 출구전략 선택지 가운데 '통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이에 씨티은행은 WM, 신용카드 등 알짜 사업부의 '부분매각'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를 두고 최근까지 인수의향자들과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서로 제시한 매각·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끝내 매각·인수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부분 매각이 어려워질 경우, 마지막 선택지인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는 방안이 대두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국내 금융 환경과 씨티은행의 구조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금융 부문 '통매각'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소비자금융 사업의 각 부문을 분리해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매각이 어려울 경우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단계적 업무 폐지' 선택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HSBC은행이 2012년 산업은행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려다 직원 고용승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패하고, 2013년에 결국 청산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다.

씨티은행과 씨티그룹도 가급적 연내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전략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어서, 현재 진행 중인 부분 인수 의향자들과의 협의가 최종 불발될 경우 매각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루기보다는 '단계적 업무 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씨티은행 노조는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와 관련해 '안정적인 인수처'를 찾아서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매각을 진행해야 하며, '졸속 부분매각 또는 자산매각(청산)'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2008년부터 진행된 씨티그룹의 해외 매각 사례(총 21개 국가)를 살펴본 결과 2016년 콜롬비아씨티 매각에 실패한 뒤 철수 계획을 철회했다가 2년 후 매각을 재진행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며 '최적의 시기'에 전체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씨티은행 노조는 "한국씨티은행은 연 2천억∼3천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흑자 기업으로 소비자금융 매각·철수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씨티그룹의 성급한 전략에 맞춰 (매각·철수를) 결코 시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시간보다 안정적인 인수처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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