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각지 규제에 하늘 찌르던 명문 학군 집값 급락

입력 2021-08-23 16:12
중국 각지 규제에 하늘 찌르던 명문 학군 집값 급락

선전서 9억원 내려도 유찰…베이징 등 '쉐취팡' 규제 잇따라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대도시에서 이른바 '좋은 학군'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가 각지의 규제 속에 급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광둥(廣東)성 선전(深?)의 명문 학군에서 시세보다 500만 위안(약 9억원) 이상 싼 가격에 나온 아파트가 유찰됐다고 중국중앙방송(CCTV) 등이 보도했다.

선전의 중심인 푸톈(福田)구에 있는 116㎡의 이 아파트는 1천969만 위안(약 35억원)에 경매에 나왔었다. 이 아파트는 주변에 외국어초등학교 등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있으며 동일 평형의 시세는 2천500만∼3천만 위안으로 1㎡당 가격은 20만 위안(약 3천600만원)이 넘는다.

중국에서는 명문 학교 근처의 주택을 일컫는 '쉐취팡'(學區房)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진다. 좋은 학교 근처에 집이 있으면 자녀를 그 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어 선호도가 높으며 가격도 몇 배 비싸다.

앞서 푸톈구의 다른 지역에 있는 104.7㎡짜리 아파트는 경매 시작가가 1천84만 위안으로 시세보다 30%가량 쌌는데도 결국 유찰돼 2차 경매 가격이 867만 위안까지 내려갔다.

지난 1일 선전시가 교육 불공평을 해결하기 위해 새 조례 초안을 발표한 것이 쉐취팡 가격의 추락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까지는 한 아파트에서 특정 초등학교나 중학교 1곳으로만 진학했다. 그러나 새 제도에 따르면 앞으로는 학군 범위를 넓혀 한 아파트에서 2∼3개 학교를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사 순환 근무제도 도입된다.

선전시의 조례는 아직 의견 수렴 단계지만 이미 적지 않은 집 주인들은 100만 위안 이상 가격을 낮춰 집을 내놨다.

베이징에서도 지난달 말 한 단지에서 여러 학교를 진학하도록 하는 등 선전시와 비슷한 조치를 발표했다.

도심 시청(西城)구의 일부 학군은 최근 한 달 사이 거래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거래 가격은 3∼5% 내려갔다.

중관춘(中關村) 지역에서는 1㎡당 평균 가격이 새 정책 발표 전 17만∼18만 위안에서 14만∼15만 위안으로 떨어졌다.

한 중개인은 "최고 100만 위안을 낮춰서 파는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중국 각지에서는 쉐취팡을 겨냥한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상하이는 올해 3월 학군 밖의 학생들을 더 많이 받도록 정책을 개편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비롯해 충칭(重慶), 시안(西安), 샤먼(廈門), 청두(成都), 다롄(大連), 난징(南京), 허페이(合肥) 등 10개 넘는 도시가 쉐취팡 관련 대책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지방 정부들의 이런 조치가 최근 시 주석이 새롭게 내건 '공동 부유'의 기조와 관련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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