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 거북의 반전…둥지서 떨어진 어린 새 사냥 첫 포착

입력 2021-08-24 00:01
수정 2021-08-24 18:02
'초식' 거북의 반전…둥지서 떨어진 어린 새 사냥 첫 포착

동물사냥 명확한 동영상 증거, 경험 있는 듯 익숙한 사냥법 보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동화 속 거북은 토끼와의 경주에서 끈기로 의외의 승리를 거두지만, 현실 속 거북은 초식 이미지와 달리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를 잡아먹는 포식성으로 학계를 놀라게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생물학연구소장 저스틴 게를라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동아프리카 연안 세이셸의 프리깃 섬 숲속에서 벌어진 코끼리거북의 새끼 제비갈매기 사냥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공개했다.

거북이 새를 잡아먹는 장면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런 새 사냥이 극히 예외적인 것은 아닐 것으로 지적됐다.

저널 발행사 '셀 프레스'(Cell Press)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성체의 암컷 거북이 통나무 위의 새끼 제비갈매기를 향해 느리지만 위협적으로 다가가다 물 수 있는 거리가 되자 입을 벌리고 달려들어 머리를 물어 죽인 뒤 통째로 잡아먹는다.

새끼 제비갈매기는 부리로 대항하며 방어를 시도하지만, 통나무 끝에서 더는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하고 최후를 맞는다.

게를라흐 박사는 "거북이 제비갈매기를 겨냥해 직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아주 이상하고 정상적인 거북의 행동과는 다른 것"이라면서 "내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으며, 소름 끼치면서도 놀라운 것이었다"고 했다.

동작이 굼떠 초식만 할 것 같은 거북이 야생에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거나 뼈나 조개껍데기와 같은 칼슘이 풍부한 먹이를 섭취한다는 보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거북이 다른 동물을 직접 죽여 먹이로 삼는지 아니면 우연히 밟혀 죽게 된 생물을 먹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프리깃 섬의 자연보호 관계자가 촬영한 이 동영상은 거북의 의도적이고 계획된 공격을 명확하게 증명해주는 것으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거북이 입을 벌리고 혀를 감아 넣은 채 새끼 제비갈매기에게 접근하는 것이 동영상에 분명하게 잡혀있는데, 이는 거북이 보이는 전형적인 공격적 행동으로 무언가를 단순히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죽이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제비갈매기는 나무에 둥지를 트는 새로,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는 어떻게 해서는 바닥을 벗어나려고 한다면서 동영상 속의 새끼 제비갈매기가 거북의 위협적인 접근에도 더는 도망가지 못하고 통나무 위에서 버티려고 안간힘을 쓴 것도 그런 연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거북은 이전에도 통나무 위에서 다른 새끼 제비갈매기를 잡아먹은 경험이 있고, 사냥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러나 사냥하는 거북이 얼마나 되고 다른 지역의 거북도 사냥하는지, 그리고 사냥을 얼마나 자주 하고 얼마만큼의 양분을 얻는지 등에 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게를라흐 박사는 "우리가 본 것이 진화적 영향을 갖는 새로운 행동을 개발 중인 거북인지 아니면 단순히 한순간의 흥미로운 관찰거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백 년에 걸친 바닷새와 거북 개체군의 감소세에도 프리깃 섬에서 이뤄진 자연보호 노력의 결과로 개체 수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서 "인간이 수백 년간 보지 못했던 자연적 행동의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거북이 뼈 형성에 필요한 칼슘을 확보하기 위해 달팽이 껍데기를 먹는다는 주장도 많았지만, 달팽이를 본격적으로 먹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많은 의문에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제비갈매기를 먹는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초식을 했을 때의 편안함과 비교해 꽤 많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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