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톡톡] 탈레반 점령 일주일…아비규환의 카불공항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한 지 일주일.
해외로 떠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15일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정권 이양을 선언하자, 수천 명의 시민이 카불공항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목숨만 구하자는 심정으로 달려온 이들은 작은 소지품만 챙겼을 뿐, 짐가방도 없었습니다.
'비자가 없는 사람도 비행기에 태워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시민들은 끝도 없이 공항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공항 입구에 너무 많은 시민이 몰리자, 일부는 철조망이 처진 담벼락을 넘었습니다.
활주로에 들어온 시민들은 문이 열린 항공기에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탑승 계단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도저히 항공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 운항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공항 질서 유지를 위해 미군은 총을 발포했습니다.
공항 바닥에 쓰러져 숨진 민간인의 모습이 SNS에 퍼졌습니다.
미 수송기에 매달렸다 상공에서 떨어진 시민 2명의 모습도 포착돼 충격을 안겼습니다.
항공기에 매달렸다 추락사한 이들의 시신이 속속 확인됐습니다.
20대 의사, 아프간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인 자키 안와리, 과일 장사를 하는 형제까지 한둘이 아닙니다.
17일 카불공항 운항이 재개된 뒤 강화된 미군·국제동맹군 통제 속에 속속 아프간 탈출 작전이 이뤄졌습니다.
외국인과 외국 정부를 도와 함께 일했던 아프간 국민이 주된 탈출 대상입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도 "제발 우리도 태워달라"며 공항에서 실낱같은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지난 15일 카불공항에서 카타르 공군기지로 이륙한 미공군 C-17A 수송기 내부 사진이 며칠 뒤 공개되면서, 아프간인들의 절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수송기에는 무려 640명의 아프간인이 포개져 앉았습니다.
카불공항의 혼란은 계속됐습니다.
한 부부는 16일 카불공항에서 7개월된 아기를 잃어버렸다며 다음날 SNS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한 아프간인은 아기라도 살려야 한다며 공항 철조망 너머로 건넸습니다.
미 해병대원 손에 넘겨졌던 이 아기는 다행히 아빠와 다시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카불공항의 대피 작전은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 안 막는다"면서도,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공항 접근을 방해하고, 미국 시민들을 구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카불공항에서는 2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질서 유지를 위한 발포와 압사, 탈수, 탈진 등이 이유입니다.
카불의 미국 회사에서 통역사로 일했던 여성의 가족이 카불공항에서 탈출하려다 인파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두 살배기 딸이 압사한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은 계속해서 자국민과 아프간인들을 비행기에 실어 나르고 있지만, 이달 31일로 정한 대피 완료 목표를 지키기 힘든 상황입니다.
카불공항 밖에는 여전히 많은 아프간인이 "우리도 태워달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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