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새 정부 구성 박차…카불 공항선 총격전 4명 사상(종합3보)
무자히드 대변인 "조만간 정부 구성 논의 결과 발표"
탈레반, 반대 세력 거점 판지시르 포위 후 협상 시도
"美·英 철군 마감 시한 8월 31일 준수해야" 경고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신유리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인 톨로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과 새 정부 구성을 논의 중이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날 밝혔다.
그는 "(수도) 카불에서 회동했으며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면서 "새 정부 출범을 곧 선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도 탈레반 관계자를 인용,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2주 안에 차기 정부 체제 관련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이 국외로 대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을 사면했으며, 귀국을 허용한다는 탈레반 고위 지도자의 발언도 공개됐다.
탈레반 연계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인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는 전날 파키스탄 지오뉴스와 인터뷰에서 가니 대통령,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 함둘라 모히브 국가안보보좌관을 용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탈레반은 이와 함께 미군과 영국군이 이달 말로 예정된 철군 마감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영국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이 주둔을 계속한다면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와중에 북부 일부 지역에서 반(反) 탈레반 저항세력이 결사 항전을 선언하며 내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로 구성된 저항군은 현재 북부 판지시르와 파르완, 바글란 등 3개 주를 거점으로 진지를 구축한 상태다.
카불 함락 이후 판지시르에는 수천 명의 반대파가 운집했다. 저항세력 지도자인 아흐마드 마수드 휘하에만 9천 명이 집결한 상태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마수드는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다.
살레 부통령,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일반 군인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저항세력 진압과 회유 작전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반대파 세력에 잠시 빼앗겼던 북부 바글란주의 3개 지구를 탈환했고, 판지시르도 포위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 탈레반은 살레 부통령과 협상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올해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24일 G7 긴급 정상 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는 아프간 사태 관련 이슈가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영국은 이번 회의에서 탈레반에 대한 경제 제재와 지원 중단 검토를 제안할 방침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군의 철수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혼란은 계속됐다.
탈출 인파로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21일 오전 2살 난 아기가 압사하는 등 참변이 발생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앞서 카불 공항에 진입이 어려워진 일부 여성들이 자녀를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외국군에게 아기를 건네는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총격전도 일어났다.
로이터 통신 등은 독일군 트위터를 인용, 이날 새벽 4시 13분 카불 공항 북문에서 아프간 경비요원과 신원 미상의 공격자 간에 교전이 발생해 경비요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다른 극단주의 세력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카불 공항에서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조직의 위협은 실재하며,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당국 관계자를 인용, "IS가 자살 폭탄 테러로 영국군이나 미군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라며 "IS의 테러 위험은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cool@yna.co.kr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