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압박에 홍콩 톈안먼시위 추모집회 단체도 해산 논의
中관영매체가 비판한 홍콩법률협회 선거서는 출마자 '사퇴협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압박 속 홍콩 시민단체·노조가 잇따라 해산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30여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추모행사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도 해산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련회 운영진이 조만간 자진해산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련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19년 역사의 시민단체 민간인권전선(Civil Human Rights Front)과 48년 역사의 홍콩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香港敎育專業人員協會·PTU)의 자진해산에 이은 것이다.
홍콩 당국은 민간인권전선과 직업교사노조에 대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자진해산으로 위법 사안에 대한 면책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현직 구의회 의원이자 지련회 운영진 중 한명인 시몬 렁은 전날 SCMP에 지련회의 남은 핵심 멤버들이 현재의 대단히 심각한 정치적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로 조만간 해산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렁 의원은 "(우리가 받는) 압력은 부분적으로 최근 빈과일보의 폐간, 민간인권전선과 직업교사노조의 해산에서 기인한다"며 "우리는 종종 위험에 대해 평가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련회의 초우항텅(鄒幸?) 부주석도 SCMP에 민간인권전선과 직업교사노조의 해산이 "심각한 연쇄작용 효과"를 가했다고 토로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홍콩에서 결성된 지련회는 이듬해부터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가두행진과 마라톤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31년 만에 처음으로 빅토리아파크 집회를 불허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6월 1일에는 몽콕에 있는 톈안먼 추모 기념관에 단속을 나와 해당 시설이 무면허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해 결국 다음날 기념관이 폐관됐다.
지련회의 주석과 부주석 1명은 2019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간 중국 관영매체와 홍콩 친중진영에서는 지련회의 '일당독재 종식' 강령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지난 6월에는 뤄후이닝(駱惠寧)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이 일당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자들은 "홍콩의 진정한 적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련회의 여러 회원 단체들이 잇따라 탈퇴를 발표했다.
지난 20일에는 친중 매체 대공보가 소식통을 인용해 경찰이 지련회의 회원 단체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홍콩지역사회조직협회(香港社區組織協會)가 "지련회의 활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탈퇴했다.
한편, 중국 관영 인민일보로부터 공개적으로 경고를 받은 변호사 단체인 홍콩법률협회(香港律師會·LSHK)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오는 24일 치러지는 홍콩법률협회 이사회 선거에 출마한 조너선 로스 후보가 전날 신변에 대한 우려로 사퇴를 발표했다.
법률협회는 성명을 통해 "한 후보가 선거 사퇴 협박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해당 후보에게 즉시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로스 후보는 성명을 통해 "나는 우리의 출마가 특정 분야에 일으키는 두려움의 수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 협회의 이사회 선거가 이정도 수준으로 침목했다. 홍콩에 부끄럽고 슬픈 날"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선거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인민일보는 법률협회를 향해 "정치적 단체가 돼서는 안 된다"며 홍콩변호사협회(香港大律師公會·HKBA)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요구했다.
그간 중국 관영매체와 친중진영에서는 진보 성향의 홍콩변호사협회를 공격해왔으며, 특히 폴 해리스 변호사협회장을 '반중 정치인'이라고 비판해왔다.
인민일보의 지적에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17일 법률협회가 정치에 개입할 경우 정부가 협회와 관계를 끊겠다고 경고했다.
회원 1만2천명인 법률협회는 변호사협회에 비해 보수적이지만, 이번 이사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이 진보적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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